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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제주의 단풍명소 - 한라산둘레길 천아숲길/돌오름길 (2020. 10. 31)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 걷고 싶은 길, 천아숲길/돌오름길을 걷는다.

한라산 둘레길은 여름철에 많이 걸었었다.

너무 더워서 산에도 못가도 올레길도 부담스러운 때 그나마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한라산 둘레길이기 때문이다.

 

 

 

 

천아수원지 입구에 주차를 하려 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천아수원지 버스정류소에서 천아수원지 입구까지는 약 2km.  그 길에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계곡의 단풍은 생각보다는 곱지 않았다.

 

 

 

 

 

 

 

 

 

 

 

 

 

 

 

 

 

 

 

차들은 많이 세워져 있는데...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간 거지.

 

 

 

 

 

 

 

 

 

 

 

 

 

 

 

 

 

 

 

 

 

 

 

 

 

 

 

 

 

제주도 숲길 어디가든 볼 수 있는 풍경...

삼나무 숲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좋다.

 

 

 

 

 

 

 

 

 

 

 

 

 

 

 

 

 

 

 

 

 

 

 

 

난 그동안 제주도 단풍이 이쁘지 않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날 천아숲길/돌오름길을 걷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100대명산 다니면서 단풍으로 유명한 산을 단풍철에 다녀보았지만

그 어떤 산보다 천아숲길/돌오름길 단풍이 더 이뻐보였다.

 

 

 

 

 

 

 

 

 

 

 

 

 

 

 

 

 

 

 

처음에는 억새도 보고 따라비오름과 대록산을 올라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 '갑마장길'을 가려 했지만,

아내가 반대를 했다. 한번 가 본 곳이고, 너무 멀고, 너무 힘들고...라는 이유를 들어..

그럼 단풍 명소인 천아숲길/돌오름길 가자고 했는데 그건 오케이.

이날 아내의 만족도는 백이십프로...트래킹 내내 싱글벙글.

나 또한 너무나 좋았다. 여름에 걸을 때랑은 차원이 달랐다.

매년 가을이면 이길이 생각날 듯하다. 

 

 

 

 

 

 

 

 

 

여름에 걸을 때는 좀 지루한 듯했으나 이날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다.

 

 

 

 

 

 

 

 

 

이제 단풍 그만 찍어야지 했지만 나도 모르게 다시 폰을 들이댄다.

 

 

 

 

 

 

 

 

 

백암산 애기 단풍에 절대 꿀리지 않을 것같다.

 

 

 

 

 

 

 

 

 

 

 

 

 

 

화려한 단풍에 취해 단풍이 조금은 물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삼나무 숲길은 단풍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 사진이 많은 날은 아내가 기분이 좋았다고 보면 된다.

 

 

 

 

 

 

 

 

 

 

 

 

 

 

 

 

 

 

 

사진만 보면 원앙이 따로 없다. 연출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배낭을 각각 메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닭살돋는 다정함, 그윽한 시선....사진만 보면 백프로 불륜각이다.

하지만...진실은...

갱년기를 쌍으로 겪고 있는 대한민국 보통의 부부다.

다만, 단풍뽕에 취해서 저리 추태를 부리는 것이다.

 

 

 

 

 

 

 

 

 

 

 

 

 

 

이쯤되면 등장하는 셀카놀이.

 

 

 

 

 

 

 

 

 

 

 

 

 

 

 

 

 

 

 

 

 

 

 

 

단풍을 정말 원없이 본다.

 

 

 

 

 

 

 

 

 

아내가 저 포즈를 보이면 거이 끝나간다는 것.

 

 

 

 

이쯤되면 아내가 무표정일 때가 많은데...오늘은 계속 싱글벙글이다.

오늘 코스는 정말 좋았다고 칭찬까지 한다.

살다 살다 궁시렁 아내에게 칭찬까지 듣는다. 과연 아내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까.

 

 

 

 

 

 

 

 

 

앞에 젊은 부부로 추정되는 한쌍이 우리처럼 걷고 있다.

부부가 아니라 연인 사이일 수도 있겠다. 암튼 참 보기가 좋았다.

아내가 옆을 지나면서 '너무나 아름답다'며 칭찬의 인사를 건넨다.

 

 

 

 

아내의 거듭되는 칭찬에 의기양양해진 나...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텐데..

 

 

 

 

참으로 걷고 싶은 길 아닌가.

 

 

 

 

 

 

 

 

 

 

 

 

 

 

드디어 끝.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우리는 이날 차 두대를 다 가지고 출정했다.

아내 차를 날머리 입구에 세우고, 내 차는 들머리인 천아수원지 정류장 입구에 세웠다.

이제 아내 차타고 내 차로 가면 되는 것인데...날머리로 나오니 내 차가 안 보인다는 거.

이 도로가 1100도로, 육안으로 보면 거기가 거기인거 같아서

위로 걸어가야 할지 아니면 아래로 걸어가야 할지 방향감각에 이상이 생긴다.

직감적으로 아래로 가야할 것같았다.

조금 걸어가면 내 차가 보일 듯싶었으나 전혀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윈가?' 

만약 실컷 내려갔는데 아니면 다시 위로 와야 하고...그럼 아내 인내심은 폭발할 것인데...

나는 다시 아내를 버리고 냅다 뛰다시피 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내 머릿속은 오직 아내를 최대한 적게 걸게 해야한다는 생각뿐.

제법 먼거리를 내려왔지만 야속하게도 내 차는 나타나질 않는다.

속도를 더 내어 한참을 더 걸었더니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왔다.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곳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내 차는 그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웠기 때문이다.

'드디어 끝' 외치고 한 2km는 더 걸은듯 싶다.

이제 다시 빽해서 아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저 멀리 아내가 보인다.

속력을 매우 높인다. 이 속력은 중요하다.  아내의 화의 강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다시 상봉하자 '왜 또 날 버리고 혼자만 냅다 내려갔냐'는 취지로 청문회가 시작되었지만,

속력이 쫌 맘에 들었는지 아니면 단풍뽕 약효인지  대충 넘어간다.

근데 혼자 내려오는데 지나가던 차들이 멈춰서서 '왜 혼자가냐고' 걱정스럽게 묻더라는거... 그것도 서너대찍이나.

난 거들떠도 보지 않던데...암튼 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젠틀한 거같음.

 

 

 

 

저기 보이는 차가 아내차이고... 저기 보이는 표지판이 내가 생각했던 돌오름 날머리다.

근데 우리는 다른 날머리로 나왔던 것.

드디어 진짜 끝...

오늘도 무사귀환에 감사.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