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가는 배가 9시 10분에 출발한다.
조금 일찍 서둘러서 밖으로 나오니 또 이런 멋진 일출 광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공공근로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해수욕장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매일 이렇게 청소하니 해수욕장이 깨끗했었구나.
영일대해수욕장은 우리에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포스코도 이제 하루를 시작하겠지.
이제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 나선다.
한 식당에서 황태미역국을 곁들인 정식을 맛있게 먹고, 이제 터미널로 들어선다.
근데 사람들이 보이질 않고 왠지 썰렁한 이 분위긴 뭐지.
하긴 우리가 일찍 왔지. 아직 8시도 채 안되었으니 당연하지.
'빨랑 표를 끊고, 어디 호미곶이라도 잠깐 구경하고 올까'라고 생각하며 터미널로 들어가려는 찰나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한분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오늘 울릉도행 배가 결항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헐~~~
머리가 하얗진다.
너무나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날짜를 기막히게 잡았다며 끼득거리던 우리가 아니던가.
근데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우리는 해수욕장 바다를 가리키며 '아니 바다가 저리 고요한데 왠 결항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또 한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어제 저녁 10시경에 예약을 했다'고 말하며 결항을 납득할 수 없다며 식식거렸다.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미주알 고주알 설명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결항은 기정사실.
100대명산 클리어하기 참 어렵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된 우리 부부.
이제 뭐하냐.
해수욕장 고운 모래위에 앉아 밤새도록 '쌔쌔쌔'나 해야 하나.
아님 걍 집으로 가야하나.
확인해보니 홍도는 오늘 배 뜬단다. 아 홍도 갈껄.
100대명산 완등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백두대간'에 도전하고 싶은 맘이 굴뚝갔았지만,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동행자없이 홀로 완주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100대명산을 해보니 알게되어 백두대간은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다음 도전은 아내랑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그 이유는 100대명산에 정신팔려 아내를 방치했더니 아내의 몸무게가 심히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그랬더니 선택지는 딱 하나로 좁혀지더라.
바로 '해파랑길 완보'.
결항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해파랑길이 떠오른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했다.
우리는 다시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곧장 '구룡포'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근데 역시 결항의 충격은 컸나보다.
반대 편에서 버스를 탔다는 사실을 종점에 가서야 깨닫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구룡포가 종점인 버스를 타는 고생을 사서 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구룡포항에 도착한다.
구룡포항은 1910년에는 한적한 보통 항구였으나 일제 강점기인 1923년에 본격적으로 방파제와 부두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특산물인 과메기를 판매하는 곳이 많고, 전국 최대의 대게 산지로 알려진 곳이여서 질 좋은 과메기와
싱싱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어렵게 14코스 출발점을 찾고,
* 해파랑길이란?
해파랑길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70km의 걷기(트레킹)길로 부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고성에 이르는 총 10개구간, 50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해파랑길은 새로 만든 길은 아니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길이다. 부산 갈맷길, 울산 솔마루길, 경주 주상절리길, 포항 감사나눔길, 영덕 블루로드, 울진 관동팔경길, 삼척 수로부인길, 강릉 바우길, 고성 갈래길 등 원래부터 있어온 동해안의 좋은 길들이 비로소 하나의 길로 이어져 해파랑길이 되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포구와 항구, 도중에 만나는 크고 작은 산들, 해운대, 칠포, 고래불, 화진포 등 동해 트레일 곳곳에 숨어있는 수많은 해수욕장들이 여느 걷기 길과 비교할 수 없는 빼어난 풍광을 선물한다. 트레커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먹거리도 무궁무진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전체 길의 65%는 해안과 어촌 길이지만 나머지 35%는 내륙으로 들어가 산과 들, 도시와 시골 마을들을 돌아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이 길의 특징이다.
국내 장거리 트레일로는 백두대간과 제주 올레길이 유명하다. 동해안 해파랑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국내 장거리 트레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통일 후에는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서수라까지 2000km 트레일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과 상징성도 품고 있다.
동해안의 서정과 역사 문화의 서사가 숨 쉬는 해파랑길은 마음속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만나러 떠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마음을 열고,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따라 느릿느릿 걸으며 생각과 사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낭만적인 트레킹 코스인 동시에 바닷길 너머 우리 국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다녀온 뒤에 더욱 그리워지는 길이다.
인증샷도 함 찍고,
제주 올레길은 시작점, 중간 지점, 종착점 3곳에서 스템프를 찍지만,
해파랑길은 시작점에만 스태프를 찍는다.
해파랑길 14코스 스탬프를 찍고, 드디어 해파랑길 대장정의 출발을 시작한다.
여기가 구룡포해변인가?
아니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배가 안 뜨는게 말이 되나고요...
어딜가나 해변가에는 낚시꾼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질좋은 구룡포 과메기인 것이지.
여기는 철조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병대 초소인 것같다.
현재 시간 12시 50분, 아내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근데 마을에 편의점도 없고 식당도 없다.
여기도 식당, 편의점이 없다.
드디어 아내가 배가 고파서 걸을 수가 없다며 땡깡을 부린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저 건물에 식당이 있고 거기다 맛있기까지 한단다.
현재 시간 오후 1시 40분, 거이 한계점에 왔는데 너무나 고맙고도 반가운 식당이였다.
주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였다.
자장면도 너무 맛있었지만, 저 탕수육 최고였다.
그 유명한 호미곶 등대가 저멀리 어렴풋이 보인다.
이제 목적지가 거이 다 왔다는 얘기.
이날 너무도 많이 보았던 풍경.
이제 '상생의 손'도 보인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 호미곶
호미곶은 한반도의 최동단에 위치, 한반도의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이곳을 일곱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또한 16세기 조선 명종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이곳을 우리나라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 제일의 명당이라 고 하였고,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뀌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일출제일의
이곳을 조선십경중 하나로 꼽았다.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하여 호랑이 꼬리는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이겠기에,
여기 호미곶에 일제는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으려 하였으며 한반도를 연약한 토끼에 비유해 이곳을
토끼꼬리로 비하해 부르기도 하였다.
* 상생의 손
상생의 손은 포항시 호미곶에 있는 해맞이 광장에 위치한 기념물로 인류가 화합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조각물이다. 바다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있다. 1999년에 조각가 영남대학교 김승국 교수가 제 작하였다.
졸지에 울릉도행 배가 결항되어 얼떨결에 해파랑길 14코스를 걷게된 부부.
오늘도 서방 잘못 만나 고생한 아내.
언제나 허점이 많지만 어찌 대충 잘 수습하는 남편.
그래도 하루 잘 마무리하여 웃음이 나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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