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선정 100대명산인 울릉도 성인봉을 제주에서 다녀오려면 2박 3일 잡아야 한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8시50분 또는 9시30분 울릉도행 배를 타야 하는데,
제주에서 부산가는 첫 비행기를 탄다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저 배를 탈 수가 없으니
전날 포항에서 1박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9시 30분에 출발하는 엘도라도호를 타고 무려 4시간후인 오후 1시 30분에 도동항에 도착했다.
급히 점심을 먹고,
도동항에서 택시를 타고 KBS중계소로 왔다. 택시비는 12,000원.
KBS중계소를 출발하여 성인봉에 오른후 나리분지로 하산할 것이다.
오후 2시 15분에 들머리 KBS중계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서 하늘이 파랗다.
조금 올라서니 도동항이 보였다.
우측은 독도전망대가 있는 망향봉.
조금 더 땡겨보았다.
야생화 잘 찍지 않지만 그래도 울릉도산이니 하나 찍어본다.
더 올라가니 또 마을 하나가 조망되었다. 아마도 사동항인 듯하다.
다시 또 야생화 하나 찍어주고...
성인봉 원시림을 걷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100대명산 다니면서 이런 숲길을 참 많이도 걸어보았지만,
뭐랄까 성인봉 원시림은 좀 더 고급지게 느껴졌다. 공기가 한층 더 후레쉬했다.
아마도 비싼 뱃값을 지불하고 성인봉에 왔으니 기분학상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포항-울릉도' 편도요금 68,500원이 너무 비싸게 느껴진 이유는
요즘 비행기 요금이 너무 싸서 그랬을 것이다.
한라산 어리목 코스를 생각나게 하는 목교가 나타났다.
또 멋진 조망이 나타났다.
난 저기가 정상인줄 알았다. 아니였다.
구름다리도 있었다.
평상도 있었고.
한라산이 조릿대 천국이라면, 성인봉은 고사리 천국이였다.
이 고사리천국은 성인봉 원시림이라 하여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원시림이란 오랜 기간 동안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없고,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숲을 말한다. 성인봉 정상 부근의 원시림(해발600m)은 울릉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희귀수목을 이루고 있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가 쌓여있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성인봉 오면서 산림청을 무척 원망했다.
산림청 지정 100대명산은 지역적 안배를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니 내가 느끼기에 영 아닌 산들이 간혹 있어서
실망했던 경우가 좀 있었다.
성인봉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고, 특히 3-4시간 배를 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아니나 다들까 포항에서 배를 타고 오는데 초반에 2m에 달하는 너울성 파도로 배가 엄청나게 출렁여서
속으로 '산림청 xxx'를 외쳤다.
그러나 백신으로 코로나도 물리치는 세상인데, 멀미약의 효과는 확실했다.
4시간이 무척이나 지루하긴 했지만 단단히 준비해둔 봉투는 쓸모가 없었다.
성인봉은 오르면 오를수록 100대명산으로써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팔각정이 하나 나온다.
물 한모금 들이키며 잠시 숨을 고른다.
팔각정에서 다시 조망이 터지는데, 저기 촛대바위가 보이는 것을 보니 저동항이였다.
바로 오늘 저녁 숙소를 예약해둔 곳이다.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 아내.
잠시 쉬고 있는 아내.
KBS중계소에서 3.24km를 걸어온 지점,
이제 성인봉은 가까이 있다.
드디어 파란 하늘이 열리고,
정상에 다다른다.
아까부터 정상처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저 곳은 말잔등(967.8m)이란 곳이다.
또 다른 궁금증, 말잔등 정상에 있는 시설물은 뭐지? 알아보니 공군부대란다.
먼저 고생한 아내, 사진 한장 찍어준다.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00대명산 97%를 달성한 기특한 나도 기념사진 한장 남겨야지.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고 힘들었다.
항상 그렇지만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든게 아니라 그 산 들머리까지 오는 것이 더 힘들더라.
성인봉은 특히나 그랬다.
울릉도 성인봉이 낮은 산인줄 알지만, 높이가 무려 984m나 된다.
그래서 배를 타고 들어오면서 울릉도를 바라보면 웅장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산은 높으나 유순하게 생겨 세인들이 말하기를 마치 성인들이 노는 장소같다고 하여 '성인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 오늘은 나도 성인이라고 우기고 싶다.
곁에 있는 남자분에게 사진 한장 부탁했더니 이렇게 멋지게 찍어주셨다.
여기서 바로 하산하면 안된다. 근데 의외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온 반대편으로 조금 더 가면 기막힌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 나온다.
이런 멋진 조망이 나온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조망이다.
좀 신령스럽다고 할까.
멀리 보이는 송곳산이 참 인상적이다.
이제 나리분지로 하산을 한다.
버스정류장까지 거려면 한 5km이상을 걸어야 한다.
나리분지로 하산하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무척이나 많고 경사도 가팔랐다.
조심 조심 내려가고 있는 아내.
이 지점에서 또 한번 기막힌 조망을 선사한다.
송곳산 바로 옆에 있는, 꼭 제주의 오름같은 것이 바로 '알봉'이다.
알봉은 나리분지의 북서쪽에 위치하는 해발 538m인 작은 이중화산이며,
정상에는 분화구의 흔적도 남아있다. 20세기초,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들 나무를 구하러
산을 올랐다가 마치 알처럼 생긴 봉우리를 발견하여 이때부터 알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화산분화구를 중심으로 바닷쪽의 송곳산으로 이어지는 외륜산맥이 힘차 보인다.
좌측이 미륵산, 그 옆이 형제봉인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 나리분지의 모습.
나리분지는 미륵산, 형제봉, 송곳산, 나리봉, 말잔등 및 성인봉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면적 1.5~2키로제곱미터의 전형적인 화산성 분지지형이다.
제주도와 함께 화산의 일차지형이 잘 보존된 곳으로, 나리분지는 울릉도 화산의 소규모 칼데라 지형이며,
알봉은 칼데라 내에 형성된 중앙화구이다.
다시 이어지는 가파른 나무계단길.
성인봉 신령수약수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한다.
울릉 나리 억새 투막집
이 집은 울릉도 개척당시(1883년)에 있던 울릉도 재래의 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투막집으로서
1945년대에 건축한 것이다.
여기가 천부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이다.
천부가는 버스가 18시 30분에 출발하니 편히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말잔등'이고, 그 정상에 있는 것은 공군부대이다.
천부에서 19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간다.
사진은 고즈넉한 천부항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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