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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지리산 성중종주 (2022. 10. 08)

얼마 전에 친구랑 점심을 먹는데 친구가 뜻밖에도 '지리산 종주'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산을 좋아해서 그냥 하는 얘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친구는 진지했고, 종주를 나름 준비까지 하고 있었던 것.

때마침 나도 올 가을에는 성중종주를 다녀와야할 처지였는데....더 이상 뭔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래, 이번 주 바로 가자"

전격적 의기투합 3일 후, 우린 지리산 종주를 떠났다.

 

지리산 종주

 

1. 산행일자 : 2022년 10월 8일

 

2. 동행 : 친구 1명

 

3. 산행시간 : 13시간 48분

 

4. 산행거리 : 33.4km

 

5. 산행코스

 

    성삼재(03:30) - 노고단고개(04:08) - 임걸령(04:55) - 삼도봉(05:35) - 화개재(05:54) - 토끼봉(06:19) -

    연하천대피소(07:23) - 형제봉(08:30) - 벽소령대피소(09:08) - 덕평봉(09:53) - 칠선봉(10:54) - 영신봉(11:32) -

    세석대피소(11:42) - 촛대봉(12:20) - 화장봉(13:07) - 연하봉(13:20) - 장터목대피소(13:35) - 제석봉(14:14) -

    천왕봉(14:44) - 로타리대피소(15:59) - 칼바위(16:57) - 중산리탐방지원센타(17:18)

 

6. 교통편

 

   (1) 10월 7일 

        - 제주항공 : 제주공항(13:30) - 여수공항(14:30)

        - 무궁화호 : 여수엑스포역(18:12) - 구례구역(18:55)

 

  (2) 10월 8일

        - 시외버스 : 중산리터미널(19:50) - 진주터미널(21:00)

   

  (3) 10월 9일

        - 시외버스 : 진주터미널(07:00) - 순천터미널(08:25)

        - 제주항공 : 여수공항(11:40) - 제주공항(12:40)

 

 

 

10월 7일 13시 30분에 출발하는 여수행 비행기를 탔다.

여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여수공항에서 35번 버스를 타고 마띠유호텔 정류장에 내렸고,

다시 걸어서 여수엑스포역으로 갔다.

 

 

 

 

 

가다보니 여수엑스포역 근처에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벌어지고 있어서

우린 이 행사장에서 전어무침, 육전, 들깨수제비에 소주 한잔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솔직히 음식맛은 기대보다 별로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 축제 현장에서 식사를 하니 여행 기분도 나고 좋았다.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후 여수엑스포역 앞에서 기념사진 하나 박고

역에 들어서니 구례구역 가는 열차가 바로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는 느낌.

구태여 여수로 온 이유는?  그렇다,  비행기표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였다.

 

 

 

 

 

19시 7분에 구례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작년에 지리산 반야봉 산행을 위해 구례에서 1박을 했던 지라 난 구례가 두 번째였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두 가지가 없었다.

묵었던 모텔에 방이 없었고,타고 갔던 성산재행 버스가 없어진 것.

버스편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갔지만, 찜했던 모텔이 방에 없을 줄은 미처 몰랐다.

조금 더 수고한 끝에 잡은 모텔에서 대충 자고

새벽 3시에 밖으로 나오니 어제 예약해 놓은 택시가 와 있었다.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로 출발하는 '성삼재 노선'이 경영악화때문에

올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휴업을 신청한 상태라고 한다.

코로나로 등산객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성삼재 가는 버스 노선이 2년전부터 운행중이여서

성삼재 노선 이용객이 크게 줄어서 그랬다고 함.

서울 사는 사람은 성삼재에 도착하는 비용이 4만원도 채 안들지만,

제주에 사는 사람은 15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저 이마트 편의점에 들어설 수가 있다. 

그리고 금요일 하루는 휴가까지 써야 한다.

제주에서 지리산 종주를 함 다녀오려면 여러 가지로 참 어렵다.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오는 택시 비용만 4만원이 깨진다.

3시 20분을 조금 넘어서 성삼재에 도착했다.

이마트 편의점에서 물 좀 사고,

 

 

 

 

 

3시 30분에 대망의 성중종주를 시작한다.

'천왕봉 28.1km'...

이제 막 자대 배치받은 이등병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발 전에 안내도를 보고 있는 친구.

디테일이 부족한 나와는 달리 친구는 매우 섬세했다.

준비를 철저히 한 친구의 배낭은 무지 무거웠다.

 

 

 

 

 

04시 08분, 노고단 고개에 도착한다.

추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얼굴에는 땀이 송글 송글, 겉옷은 이미 배낭 속으로.

성삼재에서 노고단 고개까지 은근 오르막이다.

 

 

 

 

 

뒤를 돌아보니 동그란 달이 우릴 응원하고 있었다.

 

 

 

 

 

04시 55분, 임걸령(누적거리 5.7km)에 도착해서 약수 한 사발 들이킨다.

 

육구종주는 초반이 어렵지만,

성중종주는 초반은 좀 수월한 편이다.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다.

 

 

 

 

 

05시 20분, 노루목을 지난다.

노루목에서 좌틀하면 반야봉을 오를 수 있다.

작년에는 이곳에서 반야봉을 오르고 뱀사골로 하산하였었다.

오늘은 반야봉은 패스.

 

 

 

 

 

05시 36분, 삼도봉(1,500m)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삼도봉이 세 군데 있다고 한다.

이곳 지리산 삼도봉(전남, 전북, 경남), 대덕산 삼도봉(경북, 경남, 전북), 민주지산 삼도봉(충북, 전북, 경북).

대덕산 삼도봉만 가보질 못했다.

 

 

 

 

 

삼도봉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작년 육구종주할 적에는 어두운 밤길을 혼자 외로이 걸었었는데

오늘은 산객들을 무지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특히나 친구가 곁에 있어 너무 든든했다.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와

05시 54분 화개재(누적거리 8.8km)를 지난다.

 

 

 

 

 

06시 19분, 토끼봉(1,534m) 정상에 도착.

화개재에서 토끼봉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산행 초반이기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 올라설 수 있다.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올랐으나 와보니 조망은 막혀 있었고 쉬는 사람들만 많이 보였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일출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연하천대피소를 향하던 중 보였던 멋진 풍경들.

 

 

 

 

 

07시 23분, 연하천대피소(누적거리 13km)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산상 레스토랑이였다.

지리산 종주하는 산객들이 마운틴 블랙퍼스트를 즐기는 곳이 바로 연하천대피소이다.

우리도 여기서 아침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연하천 대피소는 현재  정비공사중이라 어수선했고,

숙박, 취사장, 매점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연하천대피소에서 3.6km 떨어져 있는 벽소령대피소.

 

 

 

 

 

 

 

 

 

 

 

아직도 천왕봉은 까마득하다.

 

 

 

 

 

멀리 반야봉과 걸어온 능선들이 보이고 있다.

 

 

 

 

 

황장산이 보이고 있다.

 

 

 

 

 

 

바람골은 완전 포토죤.

우리도 한컷 남겨야지.

 

 

 

 

 

지나온 형제봉.

 

 

 

 

 

 

 

 

 

 

 

09시 8분, 벽소령대표소(누적거리 16.6km)에 도착.

 

 

 

 

 

대피소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산객들, 혼자인 분들이 많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리고 했으니

종주산행은 함께 오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혼자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 벽소령대피소에서 6.3km 떨어져 있는 세석대피소를 향한다.

어쩌면 성중종주 힘든 구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육구종주 할 적에도 날씨 덕을 보았는데

오늘도 날씨가 참 좋다.

친구가 산그리메가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 이런 풍경은 제주에서는 볼 수 없지.

 

 

 

 

덕평봉의 모습.

 

 

 

 

 

09시 53분, 덕평봉(1,522m) 정상을 지난다.

 

 

 

 

 

선비샘을 조금 지나면

 

 

 

 

 

선비샘 전망대가 나타난다.

 

 

 

 

 

 

 

 

 

 

 

조금 더 진행하니 또 멋진 포토죤이 나와서 우린 또다시 폼 좀 잡아본다.

 

 

 

 

 

 

 

 

 

 

 

10시 54분, 칠선봉(1,552m)을 지나고...

 

 

 

 

 

칠선봉을 지나면 연신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딱봐도 힘들게 올라서야 할 것처럼 보인다.

 

 

 

 

 

지나온 덕평봉과 칠선봉.

 

 

 

 

 

영신봉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 올라서면 또 나타난다.

 

 

 

 

천왕봉이 빨랑 오라고 손짓하고 있지만,

 

 

 

 

 

아직도 영신봉 정상은 나타나질 않고,

 

 

 

 

 

드뎌 영신봉(1,652m) 정상. 

현재 시간 11시 32분, 

누적거리 20km를 조금 넘겼고, 8시간 정도를 걸었다.

 

 

 

 

 

이제 세석대피소는 지척이다.

앞에 촛대봉이 우람하게 서있다.

음...저길 올라서는 것도 만만치가 않겠군.

 

 

 

 

 

이 지점에서 세석대피소로 가지 말고

촛대봉에서 쉬는 것도 시간 단축에는 유리할 듯.

다만, 물이 부족하면 세석대피소로 가야 한다.

 

 

 

 

 

11시 44분, 세석대피소(누적거리 22.9km)에서 한컷 남긴다.

작년에는 한창 공사중이였는데

현재 세석대피소가 새 단장을 해서 엄청 깔끔해졌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을 오르는 길, 은근 힘들어서 속도가 나질 않은 구간이다.

 

 

 

 

 

뒤돌아 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세석대피소에서 쉬었으니 촛대봉(1,703m)은 곁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

 

 

 

 

 

제석봉과 천왕봉이 한결 가까워졌다.

 

 

 

 

 

힘들게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산객들.

 

 

 

 

 

연하선경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화장봉에 도착하니

천왕봉이 구름에 살짝 가려져 있어 한결 운치가 있었다.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홀연히 흘러가곤 하여 

이곳에 앉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연하선경....

 

 

 

 

그래, 오늘은 내가 신선이로소이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연하선경을 

가을에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연하봉 쪽에서 바라본 연하선경.

 

 

 

 

 

 

 

 

 

 

 

연하봉(1,667m)을 배경삼아 다시 사진 한 방.

 

 

 

 

 

13시 35분,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

이제 종주산행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나저나,

동행한 친구...산꾼의 잠재력이 뿜뿜.  앞으로 다시 보기로...

나름 준비했고 자신있어 했지만 난 속으로 무지 걱정을 했다.

사실 종주산행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에...

꾸준히 산행하는 친구도 아닌데....기초 체력이 좋아 보였다.

암튼, 오늘 밤 주인공은 바로 너야 너.

 

 

 

 

 

이제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 구간.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거리만을 놓고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워낙 급경사의 된비알이라

누적거리 26km를 넘긴 상황에서는 누구에게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13시 58분, 장터목을 떠나 천왕봉을 향한다.

 

 

 

 

용쓰며 올라와서   

지나 온 능선을 바라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석봉(1,806m)을 지나면서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 중산리를 바라 보았다.

 

 

 

 

 

국민의 5대의무도 아니고

세금 감면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힘든 종주 산행을 다닐까.

나의 친구,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분, 나 누나뻘 되보이는 아주머니,

나랑 비슷한 또래의 수많은 아저씨들 등등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참으며 힘들게 오르고  내렸는지를 그들과 호흡하며 바로 곁에서 지켜 보았다.

드라이브 가서 맛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풍광 좋은 카페에서 디저트 먹으며 

시간을 보냈으면 참 편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을텐데 왜 그리 고생을 자초하는 가 말이다.

 

 

 

 

 

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하지만,

아무리 고통이 크다고 한들

이후에 찾아오는 행복감이 월등히 크다면 그 고통은 쉬이 잊어지고 희열만 남는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온 시간들을 다 잊고 

행복감만 충만해 있을 것이다. 

느끼는 감정이 비슷 비슷 할 것이다.

 

 

 

 

 

성삼재에서 28.1km, 그 먼 거리를 걸어서

14시 43분, 드디어 천왕봉(1,915m)에 도착하니 말년 병장 느낌이 나네.

 

 

 

 

 

지리산 천왕봉, 이제 세 번째이다.

 

 

 

 

 

장하다! 친구야.

친구는 난생 처음으로 천왕봉 정상석 옆에 서며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우는 감격스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 정상에 섰다고 종주가 끝난 것이 아니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했다.

종주산행에 있어서 마지막 하산길이 어쩌면 하일라이트일지도 모른다.

피니쉬 라인이 정~말 쉽게 나타나질 않는다.

 

 

 

 

 

 

 

 

 

 

 

 

 

 

 

 

 

15시 22분, 개선문을 지난다.

 

 

 

 

 

단풍이 매우 고왔다

 

 

 

 

.

 

 

 

 

 

 

중산리 하산길은 명성 그대로였다.

법계사를 지나,

 

 

 

 

 

15시 59분에 로타리대피소(누적거리 30km)에 도착한다.

아직도 남은 거리는 3.3km.

 

 

 

 

 

 

 

 

 

 

16시 57분에 칼바위가 나타났다.

이제 피니쉬 라인이 머지 않았다.

 

 

 

 

 

 

 

 

 

 

 

17시 18분, 드디어 종주 산행을 종료했다.

이후 1.9km를 더 걸어서,

 

 

 

중산리 버스정류소에 도착, 근처에서 저녁을 먹은 후

19시 50분에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진주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아침 07시 버스를 타고 순천터미널로 향했다.

 

 

 

 

 

11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12시 40분경에 제주에 도착함으로써

친구랑 급하게 추진했던 지리산 종주산행,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나 혼자 갔으면 시간에 연연하며 힘들게 산행을 했을텐데

친구랑 함께 하니 정말 힘든줄 모르게 35.3km을 행복하게 걸었다.

아무런 사고없이 제주로 다시 올 수 있어서 감사했고, 친구가 엄청나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

 

설악산 종주는 언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