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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오색-대청-희운각-공룡능선-소공원, 2020. 10. 10) (2)

드디어 공룡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내려오는 사람은 많고, 오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룡능선에서는 오색에서 출발한 사람들과 소공원에 출발한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며 걷는다.

 

 

 

 

이래 저래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공룡능선에 들어선 난 맘이 급해졌다.

신선봉을 향해 된비알을 열심히 오르는데 10여미터쯤 위해서 여자분이 조심하라며 소리를 친다.

깜짝 놀라 위를 보니 축구공만한 돌덩이가 중력가속도를 뽐내며 내 옆을 향해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내 옆 2-3미터 좌측에는 한 부부가 쉬고 있었는데 그 부부와 나의 중간지점을 뚫고 굴러 떨어진 것이다.

공룡 신고식치곤 넘 살벌한거 아닌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파악해 보니 중년의 한 남성이 그 돌을 밟았고,

일행인 듯한 두 여자가 소리쳐서 위험을 알린 것.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천만 다행이였다.

암튼 공룡능선에서는 낙석을 주의해야 하고, 한발 한발 조심히 내디뎌야 한다.

 

 

 

 

 

 

 

공룡능선에 오면 제일 보고 싶었던 조망이 애석하게도 이렇다.

저 뒤에 숨은 비경이 공룡능선의 대표 풍경인데...열리길 기다려야 하나.

기다리는 것이 의미없을 듯하여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린다.

소공원으로 해서 한번 더 오라는 거지. 아내랑...

 

 

 

다시 곰탕정국이라 많이 속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그래도 공룡능선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 난 행복했다.

보여주는 만큼만 보겠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던 나무...실물로 영접한다.

 

 

 

멋진 조망이 숨어 있겠지.

 

 

 

 

 

소공원에서 출발한 사람들일 것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경험한 자만이 공감할 수 있다.

 

 

 

 

 

 

 

 

 

 

 

얼마나 아쉬워 하고 있을까.  그 마음이 나에게 까지 전해진다.

 

 

 

계속 곰탕이지만 자꾸 셔터를 누르는 건 미련때문일까.

 

 

 

중년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아내랑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나저나 아내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파르게 오르고...가파르게 내리고...다시 반복...다시 반복...

그짓을 6번 정도 반복해야 하니 공룡능선은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빼어난 경치가 함께 하니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아내랑 속리산 갔을 때였던 것같다.

힘들게 문장대에 오른 후 내리막을 걸을 후 다시 힘든 오르막이 나타나자

'뭔 이런 산이 있냐'며 아내가 엄청나게 짜증을 냈었다.

쭈욱 오르고...다시 쭈욱 내려오면 끝나는 한라산만 다녔던 아내, 적응이 안되었던 것.

그런 아내에게 공룡능선은 아마도 견디기 어려운 코스일 듯 하다.

 

 

 

역시 블러그에서 많이 보았던 바위...이름이 뭐라고 하던데

 

 

 

 

 

여기가 1275봉 안부...바로 공룡능선 중간지점이다.

 

 

 

 

이제부터는 후반전...전반전보다 후반전이 힘든건 당연하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다시 조망이 열릴 조짐을 보여준다.

등산할 때 황홀한 조망은 언제나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저 풍경을 보니 힘이 펄펄 솟는다.

 

 

 

설악은 고통을 인내한 자에게 확실한 보상을 준다.

이것이 바로 '공정' 아니겠는가.

반칙이 통하지 않는다.

힘든 산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격려의 인사를 건넨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아마 세존봉?

설악산은 스케일이 크고 유명 포스트가 너무 많아 머릿속에 담아할 내용들이 많다.

100대명산 끝나면 설악산을 자주 찾을 것이다.

 

 

 

 

후반전에도 크게 힘든 느낌이 안 드는 것을 보면 그래도 그동안 100대명산 다니면서 등력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

 

 

 

 

 

 

 

 

저기 보이는 도시는 '속초'이다.

설악산은 속초와 인제에 걸쳐 있는데 바로 공룡능선이 그 둘을 남북으로 가르고 있다고 한다.

 

 

 

공룡능선 블로그를 보다보면 이런 멋진 글이 종종 나온다. 나도 인용해 본다.

고려의 문신 안축이라는 사람이 설악에 와서 풍경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설악산에 반해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는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 웅장하다'

내 눈에도 설악은 수려할 뿐만 아니라 웅장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대표 경관 100경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제1경이 바로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이제 후반전도 거이 끝나가는듯..

 

 

 

오색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공룡능선 종점, 마등령삼거리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후반전보다 더 힘든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등령삼거리에서 비선대까지 3.5km...2시간 넘는 그 시간은 인고의 시간이다.

공룡능선 산행이 힘든 이유는 5km 공룡능선길도 물론 고통스럽지만 이 인고의 마지막 연장전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선이 끝났다고 긴장을 풀면 절대 안된다.

특히 도가니가 아작난다는 비선대 1km전 구간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주변 경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설악은 여타의 산들과는 클라스가 다른 것같다. 

 

 

 

단연 힘들기도 하고 그에 비례해서 보여주는 조망은 가히 으뜸이다.

힘들고 거칠기만 하면 사람들이 안올텐데 그 보상을 확실히 해주니 설악산에는 사람이 많다.

 

 

 

 

 

 

 

나의 영원한 안식처, 한라산도 분명 명산이지만...

설악산은 한라산이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뭐하다가, 먼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좋은 곳을 이제사 왔을까.

 

 

 

드디어 무사히 비선대에 도착했다.

산행은 언제나 위험하다. 오늘도 무사귀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한라산이 가지지 못한 것중 하나가 바로 이 계곡물이다.

그래서 설악산의 옥빛 계곡물을 보면 난 환장을 한다. 

그만 하자. 울 한라산 삐질라...

자 이제 남은 길은 아우토반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40여분...

4시까지 도착하면 오늘 12시간을 걸은 것이 된다. 괜히 욕심이 나서 속보로 2km이상을 걸었다.

결국...

오늘 여러모로 초반에 시간을 지체했지만 12시간만에 공룡능선 등반을 마쳤다.

 

 

 

 

 

 

한편, 천불동계곡으로 간 아내...

산악회에서 온 한 무리의 남성들이 혼자 왔나고 묻자, 남편은 공룡능선으로 갔다고 대답하니

그 남자들 일심동체로 분개하며

 "아니 어떻게 와이프를 놔두고 혼자만 공룡으로 튈 수 있나고.. 그놈의 공룡이 뭐라고..."

그랬답니다. 졸지에 난 나쁜 남편이 된 것.

측은한 마음에 그 산악회 남성들은 울 아내를 에스코트하고 내려 오고, 이렇게 사진도 찍어줬다고...

 

 

 

다시 소공원에서 조우하고, 이건 나쁜 남편이 찍어준 사진..

 

 

 

 

 

 

 

 

아내가 배고프다고 성화를 부린다.

먼저 배고프다고 하는 경우가 드문데...그만큼 등산이 힘들었다는거.

소공원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하고 택시타고 숙소로 왔다.

8시이후 체크인 가능 룸을 예약했는데 후런트에 문의해보니 7시정도면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그래도 한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다. 다행히 안락한 소파가 있어 등산화 벗고 세상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오늘 '공룡능선'...첫 경험을 했다.

난 왜 그곳을 가고 싶었을까.

두가지가 궁금했다.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국립공원 제1경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지막으로 왠지 꼭 갔다와야만 할 것 같았다.  공룡 안다녀왔으면서 어디가서 산 좋아한다 말하기가 좀 거시기했다.

나를 성토한 그 남자들이 한 말. '그 놈의 공룡이 뭐라고..' 참 함축적인 말이다.

암튼 밀린 숙제 한거마냥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