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아내에게 올레길을 걷자고 하니
아내 왈 '15km 정도 걷고 싶다'고 해서 올레 1코스로 왔다.
왜나면 올레 1코스의 길이가 15km 가장 근사치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5일에 함 다녀왔지만, 아내를 위해 다시 말미오름을 향한다.
2016년 2월 21일,
아내가 뜬금없이 같이 올레길이나 가자고 했고,
그 당시 매주 한라산을 다녔던 난 올레길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아내를 따라 나섰다.
말미오름이란 존재를 그때 처음 알았는데,
말미오름 정상에 올라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본 순간,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올레길이 무척이나 아름답구나.
그러고선, 이 황홀한 곳을 명색이 제주도민이면서 왜 한번도 와보질 않았을까...라는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올레2코스의 주인공, 대수산봉이 보이고 그 옆에는 소수산봉, 섭지코지가 보인다.
그때는 구체적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즘은 내가 나름 제주 올레의 전도사가 되었지만,
나를 올레길로 전도한 사람은 바로 아내이다.
결국, 우리 부부는 그해 제주 올레길 26개 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부부가 목표를 공유하고 그 달성을 위해 함께 땀을 흘리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였지만,
무엇인가를 완료한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큰 성취감을 주고, 더 큰 목표를 세우게 하는 마중물로 작용하게 된다.
난 제주 올레를 완주하자 마자 더 큰 목표를 세우게 된다.
바로 '100대 명산 완등'이라는 어마어마한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말미오름에서 내려서서 알오름 입구까지 가는 길이 참 좋다.
알오름 입구에 다다른다.
알오름에서 아내가 환호한다.
처음 올 적에는 말미오름이 강렬했는데...요즘은 알오름에 더 애정이 간다.
2016년에는 이 어마어마한 풍경을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다.
현재는 저 뒤에 있는 오름들은 거이 다녀왔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오름 하나 하나에 눈길을 준다.
오름들을 그때와 다름이 없는데...
난 더 늙었구나.
2016년에서 오늘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뒷짐을 지고 걷는 울 아내의 뒷모습에게서도 흘러간 세월이 느껴진다.
우리 언제 또 알오름 정상에 다시 설까.
그래도 우린 아직 한창이다.
또 세월이 흘러 이 시간을 추억하고 그리워 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이런 길만 걷고 싶다.
종달리 고구마 밭.
팔각정에서 잠시 쉬며 올레 21코스의 주인공, 지미봉을 바라본다.
그 것 참 맛있게 보이네.
우도도 함 가야하는데...
고즈넉한 송난포구.
식산봉 앞 조개체험장.
식산봉과 대수산봉, 2코스의 주인공들이다.
성산일출봉에 다다른다.
아내에게 일출봉을 오르자고 졸랐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그래서 주변만 돌아보기로...
정상 거절한 아내가 미안한지 사진 한장 찍어준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사진 한장 부탁한다.
그래도 일출봉에 왔는데 부부가 사진 한장은 찍어야지.
수년이 지나 이 사진을 보면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니까.
우뭇개 해안은 오늘도 보트가 열일하고 있다.
아내랑 연애할 때 왔었던 그 지점에서 아내 사진 한장 찍는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그때 기억에 남는 행동을 했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을 못하겠다.
자연은 참 위대하다.
어찌 이런 걸작을 남겼을까.
음력 보름을 갓 넘긴 날이라 물이 엄청 빠져서 그야말로 광치기 해변은 장관을 이루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기막힌 날에 1코스를 돌았던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였다.
어디 꼭 외국에 온 기분이였다.
올레길이 가져다준 보너스에 아내는 감격해했다.
이제 난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길하겠지.
'올레 1코스는 음력 보름 전후에 가라'고.
그럼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을 경험한다고...
식산봉 근처 내수면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 또한 처음 접하는 풍경이다.
난 이 풍경을 보면 반성했다.
아이들 어릴 적에 왜 한번도 이곳에 오질 못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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