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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손지오름-하도공동목장-동검은오름 (2021. 12. 05)

작년 12월에 손지오름을 처음으로 다녀왔었는데....

그때 손지오름 정상에서 넋을 잃고 동검은이오름을 바라 보았었다.

두 오름 사이에 있던 드넓은 목초지에 심쿵했기 때문이다.

그 곳이 바로 하도공동목장임을,

그리고 손지오름에서 내려서면 그 목장을 거쳐 동검은이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꼭 한번 그 길을 걸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화창한 겨울날에,

손지오름이 처음인 아내를 이끌고 그 다짐을 실천하러 다시 손지오름을 찾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손지오름은 들머리를 잘 찾아야 한다. 

왜냐면 오름표지석이 들머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오름표지석 근처에서 손지오름 오르려고 하면 초반에 에너지를 낭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진에 보이는 곳으로 와야 한다.

 

 

 

 

 

들어서면 오름관리단체지정안내판이 보이고,

조그만 공터가 있어 차를 주차할 수도 있다. 

다만, 공간이 협소하여 이미 몇대가 세워져 있으면 도로 옆에 주차를 해야 한다.

 

 

 

 

 

초입의 모습이다.

 

 

 

 

 

태역밭과 넘실거리는 억새가 방문객을 기분좋게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손지오름은 결코 친절한 오름이 아니다.

탐방로가 없는 오름이다. 

단지, 선답자가 어거지로 억새를 밟아서 만들어논 길을 다지면서 걸어가야 한다.

 

 

 

 

 

 

 

 

 

 

 

 

 

용눈이오름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것, 손지오름의 큰 자랑거리이다.

 

 

 

 

 

오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용눈이는 도시로 나가 출세한 큰딸처럼 느껴지고,

손지는 부모님 곁에 남아 고향을 지켜온 막내딸처럼 다가오더라.

 

 

 

 

 

 

 

 

 

 

 

봐라, 출세한 큰년은 돈도 많이 벌어 관리도 잘했으니 세련미가 철철 넘친다.

 

 

 

 

 

 

 

 

 

 

 

 

 

반면 족은년은 촌에 쳐박혀 살다보니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큰년만 이쁜 것이 아니다. 

족은년도 가꾸질 않아서 그렇지 뜯어보면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이쁜 아이로

너무나 매력이 차고도 넘친다.

 

 

 

 

 

용눈이에서는 억새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용눈이오름은 현재 2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가 있다. 

손지오름은 용눈이오름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돝오름, 둔지오름, 다랑쉬오름.

 

 

 

 

 

동검은이오름, 높은오름.

 

 

 

 

 

이날 탐방객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용눈이 못가는 아쉬움을 달래려 왔을까.

 

 

 

 

 

 

 

 

 

 

 

 

 

 

 

 

드디어 하도공동목장이 그 모습을 드러내셨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묘들의 모습이 여기가 바로 제주임을 인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난 저 넓은 초지를 걸을 것이다.

그래서 저기 송곳처럼 뽀족한 동검은이 정상에 오를 것이다.

 

 

 

 

 

문제는 어디로 내려서야 할지를 난 모른다는 것.

찾아보면 있겠지하는 맘으로 왔다.

 

 

 

 

어머니 품을 생각나게 하는 손지오름이다.

 

 

 

 

 

그렇지, 우리 선답자님들이 분명 흔적을 남겨 놓았을 거야.

주의깊게 주변을 훓어보니 개구멍 하나가 보였고, 

친절히 리본까지 매달아 놓아 100% 확신을 가지고 저 구멍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내려서는 길은 쉽지 않았다.

사진에는 표현이 잘 안되지만, 제법 경사도가 있는 상태에서 억새를 밟고 내려서야 해서 매우 미끄러웠고,

여기 저기서 가시들의 공격이 있었다.

 

 

 

 

 

계속 조심 조심...

 

 

 

 

 

'미끄러지지 말자, 가시에 찔리지 말자'를 대뇌이며 내려왔다.

 

 

 

 

 

어느덧 목장에 들어선 울 아내...

다음 행동은?

 

 

 

 

 

누가 보면 몰테우리를 보고 도망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아니다, 울 아내는 오름 탐방하면서 기쁨에 차면 저런 행동을 보인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런 넓은 태역밭은 왠지 모르게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

 

 

 

 

 

뒤돌아본 손지오름.

 

보통 4월에서 11월까지 소를 이곳에 방목한다고 한다.

12월에 왔으니 소들이 보이질 않았다.

 

 

 

 

 

 

 

 

 

 

 

이제 하도공동목장을 빠져나와 동검은이오름으로 향한다.

 

 

 

 

 

낮은 포복으로 저 철조망을 통과하고,

 

 

 

 

 

동검은이 알오름을 오른다.

 

 

 

 

 

동검은이오름은 알오름이 더 이쁘다고 하던데,

알오름 정상에 서니 경치가 끝내 주었다.

 

 

 

 

 

동검은이오름을 여러 번 왔었는데, 이 곳에는 처음 서본다.

 

 

 

 

 

동검은이오름의 저력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이다.

 

 

 

 

 

 

 

 

 

 

 

 

 

 

 

 

 

 

 

 

 

 

 

동검은이를 찾을 때면 언제나 불었던 세찬 바람이,

고맙게도 오늘은 나타나 주시질 않는다.

하늘 봐봐...역대급 날씨다.

 

 

 

 

 

아내인가, 마네킹인가.

 

 

 

 

 

 

 

 

 

 

 

그래, 이런 날은 점프 함 해야지.

 

 

 

 

 

나도 함 찍어봐.

 

 

 

 

 

백약이오름에는 사람이 안 보이는 듯한데, 동검은이오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좌측으로 멀리 따라비오름이 보이고 있고, 대록산은 백약이 뒤에 숨었다.

 

 

 

 

 

모지오름까지 나타나 주시고....

 

 

 

 

 

앞으로 궁대악이 보이고,

 

 

 

 

 

한라산도 보이고, 송당 민오름도 보이고,

 

 

 

 

 

우도, 성산일출봉, 대수산봉도 보이고,

 

하도공동목장이 참으로 넓었다.

이날 우리 부부는 너무 일찍 우틀하였다. 더 남쪽으로 올라왔어야 했다.

 

 

 

 

 

멀리 걸어가는 아내를 담아보고,

 

 

 

 

 

정상을 향해 가는 아내를 땡겨보고,

 

 

 

 

 

높은오름도 당겨보고,

 

 

 

 

 

세화 송당 온천지구가 폐지된, 비행기 활주로처럼 보이는 저기 드넓은 평원도 너무나 걷고 싶은데....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서서 저기 평원을 가로질러 동검은이로 올 수는 없는 것인가.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오름.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이 보이고 있다.

 

 

 

 

 

동검은이오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다시 손지오름을 향한다.

 

 

 

 

 

 

 

 

 

 

 

 

 

 

 

 

 

이 콘크리트 포장길을 쭈욱 따라가면,

손지오름 오름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손지오름에서 하도공동목장까지의 불편한 내리막길을 감수할 수 있다면,

'손지오름-하도공동목장-동검은이오름' 코스는 그야말로 제주 오름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