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 그렇더라.
할 땐 주구장창, 또 뜸하게 되면 그 열정이 식어진다.
코로나의 영향이 컸겠지만, 5개월 동안 육지산을 다녀오지 못했더라.
그동안 제주 오름에만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작, 덕룡이 생각났다.
올해 꼭 다녀오겠다는 결심을 작년에 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이번 주가 진달래 피크일 듯하여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끊었다.
오랫만의 출타, 그리고 급하게 서두른지라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해서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
어제 달마산 산행을 했고, 해남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1박을 했다.
보통 주작, 덕룡 종주산행은 소석문에서 시작하여 오소재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난 그 반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 해남터미널에서 오소재가 더 가까워서 택시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택시비 15,980원을 지불하고 오소재에 06시 47분에 내린다.
오다보니 떠오르는 옛 추억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북쪽으로 쭉 가다보면 양촌저수지가 나온다.
2018년 9월 30일, 두륜산에 올 적에 버스를 타고 그 저수지 바로 위 삼거리에 내렸고....
두 갈래길에서 고민하던 나는 민박집 주인장에게 '오소재' 가는 길이 어딘지를 물었는데...
그 분은 엉뚱한 길로 안내를 해버린 것.
제법 걸은 후 이상한 느낌이 왔고, 때마침 경운기를 타고 오는 다른 분에게 길을 물으니 잘못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삼거리로 빽했고, 남쪽으로 걸어올라 오소재로 올 수 있었다.
6시 5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막 출발하는 한 팀이 있었다.
주작산 바로 맞은 편에 두륜산이 위치하고 있다.
가련봉과 노승봉을 당겨 보았다.
고계봉도 당겨 본다.
완도 상왕산과 두륜산 투구봉과 위봉이 보이고 있다.
오늘 1차 목적지 수양리재(작천소령)까지 3km가 남았다.
결코 먼거리가 아니지만, 수양리재는 쉽게 나타나질 않는다.
진달래가 색감이 너무 고왔다.
이 정도에도 환장하며 막 사진을 찍어댔다.
해남 들판.
비상탈출로가 여러군데 있는 모양이다.
하긴 소석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주작산 중간 쯔음 오면 힘들기도 할 것이다.
개별꽃.
이제 수량리재까지는 2.2km.
수양리재가 바로 작천소령을 말한다. 전반전 반을 넘어섰다.
기암절벽 사이에 듬성 듬성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넋을 잃는다.
분명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니 그동안 100대명산 다니면서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아주 잠깐 나타나는 나무 계단이 넘 편하게 느껴진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제주올레 7코스에서 범섬이 시선에서 떠나지 않는 것처럼
뒤를 돌아보면 두륜산이 항상 나타난다.
이제 서서히 주작 덕룡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요 설명에 의하면 지금 나는 봉황의 우측 날개 부분을 걷고 있는 것이네.
한 부부가 이 지점에서 쉬고 있길래 사진 한장 부탁드렸다.
분명 다른 봉우리인데....
하나는 넘은 봉우리고 또 하나는 넘어야할 봉우린데,
어디가 넘을 봉우린지 찍고 와서보니 헷갈린다.
덕룡봉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봉우리는 많다.
이쯤에서 오소재를 향하는 분들이 자주 질문을 던진다.
"봉우리를 몇개나 더 넘어야 하나요?"
나의 대답은....
"모릅니다. 셀 수가 없으니까요."
힘 빠지게 하는 대답임을 알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야 알았다.
주작산에서 넘어야할 봉우리가 26개이고, 덕룡산에서는 24개를.....
그래서 합하여 50개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봉우리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다 거칠고 가파르다.
저기 보이는 시소바위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주로 남자분들이 여자분들을 찍고 있더라.
남자는 찍기를 좋아하고, 여자는 찍히기를 좋아하는 듯.
전국의 명산을 많이 다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고생한 산객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산이 바로 주작, 덕룡이다.
처음 이 풍경를 바라볼 땐 저기가 바로 무릉도원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을 사진이 표현하기는 역부족.
여기서 좌틀하여....
양란재배장을 가르키는 곳으로 갔어야 했는데
난 아무 생각없이 주작산 방향으로 갔다.
진달래에 흠뻑 취해서 여기서 부터 알바가 시작되고 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봉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남주작산의 모습.
분명 등산로 입구는 좌측을 가르키고 있는데
그 하단에 있는 소석문이란 글자, 그리고 우측을 가르키는 화살표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꽂히게 되고
그래서 터벅 터벅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가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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