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 어딜가도 좋을 때이다.
그러나 난 5월이 매우 바쁘다.
설악산 서북능선이 가고 싶었고, 소백산 철쭉도 보고 싶었지만....여건이 허락칠 않았다.
지난 주 툐욜은 일했고, 일요일에는 친구랑 올레 5코스와 6코스를 돌았다.
아직도 해야할 일은 많이 남았지만, 이번 주 토욜은 쉬었다.
어딜갈까 생각하다가 올레 12코스를 픽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차귀도를 가고 싶었기 때문.
용수포구에 친구 차를 주차하고, 택시타고 무릉외갓집으로 왔다.
전에는 도로 옆에 간세가 있었는데, 현재는 그 뒤에 위치해 있었다.
2022년에 폐교가 된 마을분교가 무릉외갓집 복합문화농장으로 재탄생하여서 이곳으로 옮긴 모양이다.
운동장이였던 곳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아트 간세가 눈길을 끌었는데...
3개 회사(LK베이크웨어, BK네트워크, 벤타코리아)의 후원을 받은 김세중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3개사의 이니셜을 붙여 'LBK간세'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고 있단다.
제주 오름은 제주 올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아무래도 제주 올레가 주로 해안가에 포진해 있다보니
올레 완주를 하면서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적은 편이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제주의 중산간을 주무대로 하는 올레길을 추가로 개척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은 오름을 만날 수 있는 코스가 바로 12코스이다.
녹남봉·수월봉·당산봉, 이렇게 3개의 오름을 오를 수 있다.
녹남봉을 올라서니 전에 없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망대에서 산방산, 단산, 모슬봉이 보였다.
모슬봉 앞에는 가시오름이 보이고 있고, 우측으로는 송악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저지오름과 금오름도 볼 수 있었다.
저지오름 앞으로는 굽은오름이, 금오름 우측으로는 새신오름이 보이는 듯하다.
그 다음 가야할 수월봉도 보였고,
그 우측으로 오늘의 주인공 차귀도가 보였다.
녹남봉 능선길.
중간 스탬프가 있는 산경도예.
산경도예에서 바라본 녹남봉.
수월봉.
산경도예에서 수월봉 정상까지 6km가 조금 넘는 길은 친구랑 얘기하느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걷기에 좋은 길이다.
신도바당올레를 지나게 되고, 비옥한 토지에 경작된 농작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마늘 주산지인 곳이여서 마늘밭을 진짜 많이 보게 된다.
수월봉에서 바라본 차귀도.
수월봉 밑에는 조사님들이 몇몇 보였고...
와도와 당산봉, 그리고 엉알길.
화산섬 제주의 시간을 간직한 세계지질공원의 메카, 수월봉을 탐방하는
'제12회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5월 26일부터 3일간 열리는데, 오늘이 둘째날이였다.
그래서 수월봉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 구간은 올레길은 아닌데...
아무래도 행사중이니 함 와봤다.
이제 엉알길을 걷는다.
걷다보니 해설사님도 보이고....
엉알길에서 담아본 수월봉.
지질트레일 탐방 프로그램은 수월봉 엉알길을 걷는 A코스와 차귀도를 돌아보는 B코스 등 2가지 코스가 운영된다.
차귀도는 행사때가 아니여도 갈 수는 있는데 요금이 무려 18,000원,
근데 행사중에는 10,000원에 다녀올 수 있다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니 그동안 미답지였던 차귀도를 이참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겸사 겸사 올레 12코스를 선택되었던 것이다.
울려퍼지는 노랫소리가 기분을 업시켰지만, 행사장에는 의외로 사람들은 많이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내 눈에 갑자기 차귀도를 향해 떠나가는 유람선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그랬다...3시 배가 방금 떠나버린 것이다.
그럼 다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럼 우린 갈 수 없다. 친구가 저녁 장사를 해야해서...
알아보니 유독 3시 대에만 30분에 출발하는 배가 하나 더 있었다.
친구에게 의사를 물으니 가잖다.
그래서 우린 차귀도에 입성할 수 있었다.
고작 10분도 채 안되서 도착했지만, 유람선을 타니 왠지 설레였다.
그렇지만, 차귀도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별 매력없는 미답지 오름 갈때 드는 기분정도...
그러나, 매바위를 보는 순간 홍도에 온 것같은 기분이 들면서 약간 흥분되더라.
여기서 보면 왜 매바위지 하는 의문이 들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제법 그럴싸하게 보인다.
'매'는 차귀도 스토리텔링에 아주 중요한 역할은 한다.
제주에서 세상을 뒤엎을 인물이 나와 자신을 위협할 것을 두려워한 중국 황제가 호종단이라는 풍수사를 보내
명당의 혈을 끊어 없애라고 명했다고 한다.
제주의 주요 지혈과 수혈 등을 거이 끊은 호종단이 배를 타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분노한 한라산 신이 매로 변해 폭풍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키고 호종단을 수장시켰다고 한다.
수장시킨 지점이 바로 지금의 차귀도 앞바다여서,
'차귀도'란 이름은 호종단이 중국으로 돌아가는(귀) 걸 막은(차)은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매바위 옆에 있는 것은 범바위, 병풍바위라고 하더라.
매바위 우측으로 또 하나 인상적인 바위가 보였는데....남근석? 아니다.
차귀도의 또 다른 명물, 장군바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면적이 큰 차귀도는
죽도, 지실이섬, 와도의 세 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다.
좀 전 소개한 매바위가 지실이섬이고, 와도는 좀 있다가 소개할 예정인데 이 두 섬은 탐방불가이고,
차귀도의 본섬이라 할 수 죽도만이 탐방이 가능하다.
사진은 죽도로 올라서는 길을 찍은 것이다.
죽도에 올라서면 바로 나타나는 풍경.
차귀도는 현재는 무인도이지만,
1970년대 말까지 7가구가 이 섬에서 보리,콩,수박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았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집터는 당시 그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
좌측에도 봉우리가 하나 보였는데 길이 없는 것을 보니 올라갈 수 없는 것같았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차귀도 등대가 있는 곳, 첫 번째 목적지이다.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그곳에서 매바위와 장군바위를 다시 볼 수 있다.
차귀도에 관련된 두번째 스토리텔링은 설문대할망과 5백 장군에 관한 이야기...
설문대할망에게는 5백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들들이 사냥하러 간 사이에 할망은 아들들 먹이려고 팥죽을 끓였는데...
그러다 그만 솥에 빠져 버린다.
사냥에서 돌아온 499명의 아들들은 맛있게 팥죽을 먹었으나,
막내는 어머니가 안 계신데 우리끼리 먹는 건 도리가 아니라며 먹지를 않았다고.
팥죽을 바닥까지 싹싹 먹고 나서보니 그 아래에 사람 뼈가 있었고,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499명의 아들들은 슬픔과 자책으로 한라산으로 돌어가서(영실 오백나한)
한라산을 지키기로 했고,
막내는 형들과 멀리 떨어져 차귀도로 가서 장군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얘는 코끼리바위.
여기서는 수긍이 안되겠지만, 조금 더 가서 바라보면 영락없다.
그동안 여러 오름에서 차귀도를 많이 조망했었다.
멀리서 볼 땐 그럴싸했지만, 막상 가면 볼 것이 없을 줄 알았다.
이 풍경을 보고 차귀도에게 미안한 맘이 들더라.
탄성을 여러 번 질렀다. 나도 친구도...
밀려온 해상쓰레기가 옥에 티였지만,
제주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올레 7코스에서 접하는 서귀포 해안과 외돌개·범섬과는 뭔가 다른 감동이 밀려오는 풍경이였다.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코끼리바위가 맞다.
여기는 홍도가 아니고 제주특별자치도 차귀도다.
이 친구랑 올레길을 참 많이 걸었는데....
이 친구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이 없다.
이 친구도 차귀도가 처음, 감동이 밀려왔음을 뒷모습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기대감이 크지 않아서 그랬을까, 나도 첫 차귀도 탐방에서 큰 감동이 밀려왔다.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심지어 우도를 첫 방문했을 때보다도 컸다.
이유는 왠지 모르겠다.
여기를 오르는데 막 가슴이 요동치더라.
이런 풍경을 마주하게 되리라 단 1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송악산 둘레길도 생각나고....
멀리 산방산, 그리고 오늘 올랐던 녹남동과 수월봉, 다음 가야할 당산봉이 보이고 있다.
죽도에서 와도와 지실이섬을 바라보았고,
코끼리바위는 덤이다.
차귀도 북쪽 동산(해발 67m)에 위치한 차귀도 등대는 고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등대가 있는 곳을 '볼래기동산'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주민들이 등대를 만들기 위해
주변에 있는 돌을 옮기고 자재를 직접 등에 지고 언덕을 오르다 보니 숨을 가쁘게 쉬게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제주어로 볼락볼락 한다고 하기 때문에 볼래기동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 후 개조를 거듭하여 지금은 태양광발전 방식의 무인등대로 운영되고 있다.
다시 한번 탄성을 지른다.
멀리서 코딱지만하게 보였던 죽도, 그 위에 이런 드넓은 벌판이 있을줄이야.
아, 이 풍경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차귀도는 깍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지만 섬 중앙은 이렇듯 평지이다.
그래서 예전에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죽도 탐방을 위해 1시간 10분을 준다.
처음엔 '1시간 10분간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올라서면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지나온 길을 돌아오니 역시 그림같은 길이고...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인가...왜 이리 아름답지.
당연 조사님들이 보였고....낚시하면 차귀도지.
제주에서 손에 꼽을 아름다운 길이다.
저기 바다에 떠있는 검은 물체,
무슨 발전기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나네....뭣이 중헌디...
정상에 선 친구.
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비양도와 느지리오름이 보이고 있다.
신창풍차해안 풍력발전기들도 보이고, 차귀도 요트투어중인 요트들도 보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된 차귀도는 본섬의 죽도를 비롯해 주변의 지실이섬, 누운섬(와도)를
포함하고 있는데 앞에 보이는 섬이 바로 와도이다.
와도는 각도를 잘 잡아 바라보면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와도 뒤로 당산봉이 보이고 있다.
올레 9코스에 박수기정이 있다면, 올레 12코스에는 생이기정이 있다.
'기정'은 절벽, '생이'는 새를 뜻하는 제주어, 저기 당산봉에 절벽이 보이는데 그 위 능선길이 생이기정길이다.
올레 12코스 하일라이트 구간이다.
차귀도는 가을보다는 봄에 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거참, 자꾸 눈길이 가네.
왜 자꾸 감동이 밀려왔을까? 탐방 막바지에 함 생각을 해봤다.
알고보니 차귀도는 30년동안이나 사람의 발길이 닿질 않았다가 2011년 말부터 탐방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그거였다, 사람의 때가 덜 묻었다는 거...그래서 아직도 풋풋한 뭐 그런거...
그리고 등대이외에는 시설물도 전혀 없고..
우도에 처음 갔을 때 좋다 좋다를 외치긴 했지만 큰 감동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귀도는 우도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뭔가가 있었다.
나도 막내인데....
설문대할망 막내아드님, 담에 또 뵈요.
오늘의 종점, 용수포구를 바라본다.
1845년 8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하이에서 서품을 받고 라파엘호를 타고
귀국하던 중 풍랑을 만나 같은 해 9월에 제주시 한경면에 표착하게 되는데....
김대건 신부 일행은 맨 먼저 차귀도에 내려 조선 땅임을 확인하고 용수포구로 이동해 인근에 머물며
배를 수리하고서 1845년 10월에 떠났다고 한다.
현재 용수포구에는 김대건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다.
느지리오름, 금오름, 저지오름이 또렷이 보이고 있다.
1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벅찬 감동을 뒤로 하고 담을 기약하며 우린 당산봉으로 떠났다.
당산봉에서 바라본 차귀도.
생이기정길에서 바라본 용수포구.
김대건신부 표착기념관이 보이고 있다.
차귀도 바이....담에 또 보자.
생이기정길에서 용수포구로 이어지는 길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주변에 카페들이 없어서 그럴까?
한담해변 산책로보다 내가 보기에는 휠씬 더 좋은데 올 때마다 사람들이 없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야, 오늘도 6시까지 가긴 틀렸다.
친구는 괜찮다고 하는데 난 자꾸 맘이 쓰였다.
이번 12코스는 차귀도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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