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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번널오름, 병곳오름, 갑선이오름, 설오름, 따라비오름, 우진제비오름 (2020. 12. 05)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제주에도 확진자가 속출하며 제주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주도 혼자 조용히 오름이나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제주 오름중에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오름이 어딜까?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난 '따라비 오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번 주는 화산평야를 기반으로 제주의 목축 문화를 선도해 나갔던 지역, 표선면 가시리로 떠나본다.

 

제주시에서 가사리를 가려면 '번영로'를 타고 가다가 대천동 사거리에서 '녹산로'로 빠져야 하는데,

이 '녹산로'가 유명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가시리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였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로 현재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하는 유채꽃길로 가시리 마을 10경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먼저 녹산로 바로 옆에 위치한 '번널오름'을 들려본다.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면,

 

 

이렇게 들머리가 나온다.

 

 

 

조금 올라 가면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정상에서는 따라비오름, 모지오름, 영주산이 조망된다.

 

 

한라산까지 조망되고,

 

 

큰사슴이오름(대록산)도 조망된다.

대록산 밑으로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 13기도 보인다.

가시리 풍력단지는 국내 최초로 부지를 공모를 통해 선정한 발전단지다.

가시리 주민들은 공동목장 협동조합을 만들어 발전소 터를 제공했기 때문에 연간 3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시리 마을은 부자다.

 

 

바로 앞에 보이는 오름은 병곳오름이다.

앞으로 쭈욱 내려가면 병곳오름으로 갈 수 있을 듯 보이지만 가는 길이 없단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도로 쪽으로 나가야 병곳오름을 오를 수 있다고 감시초소에 계신 분이 설명해주신다.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간다.

 

 

 

이제 병곳오름으로 간다.

가시리 오름에는 입구에 이렇게 표식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돈이 많은 마을이라 역시 달랐다.

 

 

 

병곳오름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번널오름.

 

 

 

이 길을 1km 정도 걸어들어 가야 한다.

 

 

 

이곳이 병곳오름 들머리 겸 날머리다.

 

 

 

 

 

 

 

번널오름과는 달리 병곳오름은 등로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갈래길. 하지만 고민할 필요없다. 다시 만난다.

난 왼쪽으로 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벤치가 나오고,

 

 

 

이곳에서 설오름과 갑선이오름이 조망된다.

 

 

 

다시 조금 더 가다보면 쉼터가 나온다.  이곳이 정상인 듯 싶다.

 

 

 

 

 

 

 

병곳오름은 등로가 좋고, 이렇게 벤치도 많아서 가족끼리 와도 좋을듯 하다.

 

 

 

조망도 좋다.

이곳에서는 대록산과 따라비오름이 조망된다.

번널오름과 병곳오름 한 곳만 가야 한다면 병곳오름을 추천한다.

 

 

 

왠지 가시리 아가씨가 나와서 반겨줄 듯한 느낌의 갑선이오름을 향한다.

 

 

 

 

 

 

 

갑선이 아가씨는 없고, 노오란 밀감이 나를 반긴다.

이 장면에서 왼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왔다.

 

 

 

잘익은 밀감이 오름 방문객을 유혹한다.

유혹을 견디지 못해 손을 뻤는다. 주인장님 죄송합니다. 딱 하나 슬쩍했습니다.

 

 

 

갑선이오름 들머리.

 

 

 

 

 

 

 

 

 

 

 

이곳이 정상이다.

 

 

 

갑선이오름은 조망이 없다.

 

 

 

여름에 오면 좋을 듯한 오름이다.

 

 

 

이곳으로 나왔다.

 

 

 

 

 

 

 

 

 

 

 

설오름은 들머리를 찾는 것이 어렵다.

아무리 보아도 입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 좌측으로 보이는 조그만 구멍이 바로 들머리다.

 

 

 

들어가면 뜻밖의 모노레일이 보인다.

아니 사람이 전혀 올 것같지 않은 오름에 왠 모노레일?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가파르다.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이곳이 바로 마을제를 지내는 '포제단'인 것같다.

설오름은 가시리 마을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단다. 이제 모노레일의 의문이 풀리는 것같다.

역시 마을에 돈이 많긴 하나보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 설오름을 방문한다면 도중에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길을 어찌 걷는단 말인가.

 

 

 

그래도 참고 계속 가다보면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그곳에서 갑선이오름이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정상이 나오고,

 

 

 

그곳에서 한라산도 조망되고,

 

 

 

대록산, 따라비오름도 조망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갑선이오름은 등로가 좋은 반면 조망이 안좋고,

설오름은 등로는 매우 안좋은데 조망은 비교적 좋다는 정도.

 

 

 

자 이제 오늘의 메인디쉬 따라비오름이다.

역시나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보인다. 

 

 

 

가시리 오름군들중 군계일학인 따라비오름은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입구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오름처럼 보인다.

 

 

 

 

 

 

 

 

 

 

 

 

 

 

 

 

올라서면 한라산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모지오름, 그 뒤편으로 영주산이 조망되고 

 

 

 

대록산도 멋지게 보인다.

 

 

 

 

3개의 분화구와 6개의 봉우리는 완만한 능선으로 둘러싸여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뚜렷한 능선길은 따라비오름의 자랑이다.

가을에 저 길은 함 걸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가시리는 전형적인 제주의 화산 평탄면으로 이루어진 중산간 지역의 마을이다.

앞에 보이는 오름이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이고 그 앞에 대평원이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 중산간 지역 산마장에서 제주말들이 길려졌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컸던 '녹산장'이라는 산마장이 바로

이곳이였다.

조선시대에는 최고 등급의 말을 '갑마'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말들만 모아서 기르던 곳이 '갑마장'이였다.

정조 때 녹산장이 갑마장으로 지정되어 번널오름과 소록산 일대 대평원에 주변 목장에서 선정된 1등마(갑마)를 

사육하였다고 한다.

 

2011년 12월에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갑마장길'이 탄생하게 되고,

2012년 4월 26일에 '갑마장길 개장 기념 걷기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갑마장길 코스는 가시리 마을을 출발하여 가시리 사거리를 지나고 설오름과 하잣성길, 따라비오름을 이어 통과한다.

이후 중잣성길, 큰사슴이오름을 지나면 가시천이 나오고 이후 꽃머체, 행기머체를 통과한다.

이후 목장길을 따라 냇거림, 서잣성길, 해림목장을 지나오면 안좌동이 보이고 다시 가시리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거리는 약 20km 조금 넘고, 대략 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지루한 길을 빼고 걷기 좋은 길만 뽑은 길이 '쫄븐 갑마장길'이다. 10km, 3시간 정도의 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길이다.

 

 

 

갑마장길에서 따라비 오름은 단연 핵심이다.

 

 

 

따라비 오름을 끝으로 그냥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번영로를 타고 오다가 도로표지판에 써있는 '우진제비오름'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핸들을 틀었다. 오름 이름에 왠 제비?

나중에 알아보니 오름의 형상이 날아가는 제비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진산업'이라는 폐기물처리업체 바로 앞에 약간의 공터가 있어 그곳에 차을 세우고 조금 더 걸어오니

우진제비오름 표시판이 눈에 보였다.  분명 우틀하라는 표식이였다.

 

 

 

우틀하니 이런 그림. 바로 저기에 들머리가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근데 내 앞에 큰 개 한마리가 떡하니 서있는 것이 아닌가. 목에 차고 있는 긴 개줄이 나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꼭 개줄을 끊고 뛰쳐나온, 탈영견의 모습이였다.

설상가상, 그 개가 '나랑 뜰래'하는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고있다.

나에게 갑자기 달려들면 어떻하지. 돌맹이도 보이지 않고, 나무 막대기도 하나 없는데. 아 그냥 집에 갈껄 ㅠㅠ

서로 눈치보는 형국. 일단 선한 눈빛을 하고 한 두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떼어 본다.

그러자 개는 나를 순순히 보내준다. 하지만, 난 자꾸 뒤를 보면 걷게 된다. 다시 그 놈이 뒤쫓아 올까봐.

아씨 워킹이 편치가 않아. 근데 들머리는 왜 이렇게 안나와.

 

 

 

제법 많이 걸었건만, 들머리가 나타나지 않는다.

내심 초조했지만 맘을 가다듬고 다시 걷는다. 하지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갈까'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자꾸 그 개가 떠올라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드디어 들머리에 도착해서야 차를 이곳까지 가지고 왔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시 오름은 미리 공부하고 오지 않으면 개고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다.

 

 

 

등로는 좋다. 특히 돌로 된 계단이 인상적이였다.

 

 

 

근데 초반부터 쫄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이 오름은 좀 무섭다.

날은 어느덧 어두워지고, 당연 사람은 안 보이고, 숲은 오름치고 울창하고...암튼 괜히 왔어.

 

 

 

여기가 우진샘인가 보다. 

 

 

 

빨랑 가자.

 

 

 

 

 

 

 

드디어 여기가 정상인가보다.

 

 

 

동쪽 오름들이 나름 조망되는데 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까 그 개는 지금 어디있을까.

 

 

 

알밤오름과 웃밤오름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도 오름스럽지가 않아.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받아보니 차를 빼달라는 전화였다.

살다 살다 오름와서 차 빼달라는 전화를 다 받아 본다.  오늘 참 많은 일을 경험한다.

생각해보니 납득이 되는 전화였다.

우진산업으로 들어가는 입구쪽에 차를 세웠는데 큰 차가 들어갈 때는 내 차가 방해가 될듯했다.

전화 한통이 나를 급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직 다 내려오지도 못했고 다시 차있는 곳까지 가려면 다시 그 먼길을...

일단 빠쁜 걸음으로 다시 들머리 겸 날머리쪽으로 내려 왔다.

이제 내 머릿속은 온통 '빨랑 가서 민폐주지 말자'로 가득.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내 판단은 맞았지만,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엉뚱한 곳을 '우진산업'으로 착각하여 멘붕이 왔고 그래서 조금 헤맸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저기가 우진제비오름 표식이 있었던 곳이다.

결론은 차를 가지고 갈 것이면 우틀하는 것이 맞았고, 걸어서 갈 것이면 좌틀하는 것이 현명했다는 것이다.

차에 타고 서야 문득 그 개가 생각났다. 다행히 다시 그 개를 마주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