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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은다리오름 (2021. 01. 30)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사람은 저절로 게을러지고 바보가 된다.

디지털 기기들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오름을 오기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하고 와야 하는데 '뭐 네비 치고 가면 어찌 되겠지'하는 안일한 맘으로

자꾸 그것을 게을리하게 된다.

그리곤 자주 그 댓가를 치르는 경험을 한다.

 

은다리오름은 은월봉, 윤드리오름으로도 불리운다.

오름 표지석에는 은다리오름으로 표기가 되어있지만,

다음 지도에는 윤드리오름으로 나오고, 네비에는 은월봉으로 쳐야 한다.

네비에 은월봉을 치고, 네비가 안내하는 곳으로 왔다.

 

네비의 잘못된 안내가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입구가 없는 곳에서 계속 입구를 찾으며 시간낭비, 그리고 쌩고생를 하게 된다는 거다.

 

 

 

항상 '헤매는 자체도 운동이고, 오름 탐방의 일부다' 하면서 애써 합리화를 시킨다.

암튼, 오름 입구를 네비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귀찮지만 선답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오름 입구만은 반드시 숙지해서 가는 편이 현명하다.

'너나 잘하세요'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결국 블로그를 찾아보게 되고,

'용눈이오름 가는 도로 바로 옆에 오름표지석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비는 그 반대편으로 나를 끌고 왔던거. 네비야, 잘 좀 하자.

 

'네비가 잘못하면 너라도 정신차리면 되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딱 보면 아닌거 모르겠냐며. 일리가 있는 얘기다.

여기서 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갈린다.

똑똑한 사람은 긴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판단하는데 시간을 쓰지만,

나처럼 덜 똑똑한 사람은 빨리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 시간을 쓰게 된다.

즉 머리 쓰기보다는 몸을 쓰게 되는 것.

매번 반성하고 다음에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선답자 블로그가 시키는데로 하니 쉽게 입구를 찾게 되었다.

오름 표지석이 얼마나 반갑던지.

몸을 고생시키면 장점도 있긴하다. 사소한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거.

 

 

 

선답자 블로그를 안 읽었으면 아무 생각없이 저 앞으로 돌진해서 또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이 담을 뛰어 넘어야 한데요 글쎄...

선답자 블로그가 아니였으면 저 담 넘을 생각은 죽어도 못했을 것이다.

 

 

 

은다리오름은 초반이 무척 불편한 오름이지만, 비고 75m의 낮은 오름이고,

가까이 있는 용눈이오름과는 너무나 비교되게 사람의 발길이 드문 오름이다. 

 

 

 

이쯤 올라서면 아 그래도 길은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길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참 걷기 싫은 길이다.

 

 

 

다행히 탐방로는 허접하지만, 조망은 허접하지가 않았다.

앞으로 보이는 태양광시설이 감동에 찬물을 끼얹기는 하지만

올레 21코스에서 제법 힘겹게 올랐던 지미오름,

올레 1코스에서 감탄하며 만났던 말미오름과 알오름,

그리고 올레 1-1코스때문에 갔었던 우도가 멋지게 조망되니 말이다.

근데 이건 예고편이였다.

 

 

 

조금 더 올라서서 우측을 바라보니 환호성이 저절로 나왔다.

오름에 올라서 다랑쉬오름을 어디 한두번 봤겠는가만은 이 방향에서는 처음 알현하는듯 하다.

다랑쉬, 너는 너무 잘생겼어. 아무리 봐도...

근데 성형 부작용마냥 앞에 또... 이러다 제주도 전체가 태양광시설로 뒤덮이는 건 아닌지.

100대 명산 다니면서도 저 놈의 태양광시설때문에 눈쌀을 찌푸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꼬임에 빠져 저거 설치하고 사업자등록 낸 사람들, 돈이라도 좀 벌고 있으면 내가 이런 말 안한다.

열이면 열...다 후회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그 감춰진 진실이 밝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둔지오름...너 여기서 보니 참 반갑네.

 

 

 

은다리오름에서 바라본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모습.

 

 

 

아쉬움에 다시 동쪽을 바라본다.

 

 

 

여기가 정상인가 보다.

 

 

 

용눈이오름도 보이네. 캬 동검은이...너어...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야.

 

 

 

 

 

 

 

 

 

 

 

뭉게구름과 올레 코스에서 만나는 소중한 오름들.

 

 

 

뭉게구름과 삼각 편대.

 

 

 

은다리오름은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에 용눈이오름, 손지오름, 다랑쉬오름 등을 방문했다가 시간이 남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오름이다.

초반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비고가 낮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조망은 매력적인 오름이기 때문이다.

입구는 도로 바로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