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큰노꼬메오름 정상에 서있던 나에게 추파를 던졌던 다래오름,
오늘 드디어 만나러 간다.
입구 찾아가는 길이 좌보미오름만큼이나 멀다.
우선 족은바리메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가다가 공초왓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 입구를 찾아야 한다.
그건 쉽다.
들어서면 이런 모습. 가슴이 뻥 뚤린다.
큰바리메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을 '공초왓'이라 부른다.
표준어로는 '곰취밭'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곳에 곰취를 많이 재배했었던 것같다.
지금은 이렇게 목초지로 이용되고 있다.
가면서 우측을 바라보면 큰바리메오름이 보이고,
좌측을 바라보면 다래오름과 폭낭오름, 과오름을 볼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웨딩촬영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골프장처럼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때와는 달리 웨딩촬영을 외국이나 제주도 등으로 가서 한단다.
웨딩 촬영지로 오름 근처에 있는 이런 목초지가 큰 인기를 끄는 것같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정작 도민들은 무감각하고, 타지인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오름 다니다 보면 웨딩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여기서 웨딩스레스를 입은 신부가 사진을 찍는다면 인생샷이 나옴직도 하다.
뒤돌어보면 족은바라메오름 모습을 볼 수 있다.
참 좋다.
드디어 나타난 빨간리본. 오늘도 나를 유혹하는구나.
제주 올레길을 다니면서 부터 난 저 리본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젠 리본만 보면 심쿵한다.
가다보면 좌측으로 공동묘지터가 나온다.
어느 집안 공동묘지인지는 몰라도 잔디관리가 참 잘되어있다.
우측에는 무우밭.
다래오름이 점점 눈앞에 가까워진다.
오름에 '다래낭'이 많아서 다래오름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여기가 들머리라고 보면 된다.
뭐이라 여기가 탐방로라고?
학창시절, 글을 쓰면서 '험한 가시덤불을 헤쳐나가겠다'는 표현을 종종 썼는데 그 실천을 다래오름에서 한다.
주변을 찍은 것이 아니라 눈에 펼쳐지는 탐방로를 찍은 것.
잘 살펴보면 선답자 흔적을 볼 수 있다.
그게 없으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아니 이건 길이라고 할 순 없겠다.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듯.
초반에는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
천천히 잘 판단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쯤에서 사람 간 떨어지게 바로 옆에서 꿩이라도 갑자기 파다닥 날라가면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이쯤되면 포기하고 되돌아간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복수초가 애절한 눈빛으로 나랑 놀자며 발길을 잡는다.
그래 이제 봄도 머지않았구나.
아무리 복수초가 발길을 잡는다해도
저 빨간 노끈이 없었으면 더 이상 진군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올랐으니 당신도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응원의 징표요, 등대이자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저 노끈을 메단 선답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중간쯤 도달하니 이제 한결 걷기가 수월해졌다.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도 확연히 느껴진다.
중간부분은 제법 경사도가 있다.
그래서 내려올 때는주변 나무에 나도 모르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때 썩은 나무들을 조심해야 한다.
저 빨간 노끈은 올라갈 때보다도 내려올 때 더 유용했다.
올라갈수록 노끈이 자주보여 무척 안심이 되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다래오름은 정말 나무들이 많았다. 그것도 빽빽하게.
특히 능선에는 상산나무가 많다고 한다.
정상을 찾아 계속 걸어가는데 나무 잔가지들이 계속 내 빰을 사정없이 때렸다.
가다가 조그만 구멍 하나 찾아 어렵사리 조망 사진 찍어본다.
타미우스골프장 모습과 그 옆에 있는 빈네오름의 모습.
타미우스는 체납세금 다 냈는지 모르겠네.
좌측으로 보이는 오름은 돌오름으로 보인다.
여기가 정상인 것같다.
노로오름이 보이는 듯하고 백록담은 구름에 가렸다.
이제 올라왔던 바로 그 길을 따라서 다시 내려가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럴려면 이 지점을 잘 숙지해야 한다. 거기가 거기 같아서 이 지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올라서면 사진 하나 찍어두는 편이 좋다.
내려갈 땐 꼭 노끈을 따라 가면서 유일한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
내려오며 다시 복수초와 인사를 나눈다.
가까이서 보니 너 참 이쁘구나.
오름에서 흔하게 만나는 쥐똥나무 열매.
다래오름은 비고가 100m 안되는(87m) 낮은 오름이라 단순히 오르는 것은 힘들지 않은 오름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찔레낭, 꽝꽝낭 가시들의 엄청난 공격을 물리쳐야 하고,
능선길에서는 상산나무 줄기의 세찬 땀따구 공격도 받아야 하기때문에 결코 쉬운 오름이 아니다.
사실 고생만 하지 볼 것도 별로 없는 오름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탐방하는 이유는 아마도 하나로 마트에서 파는 단감보다 더 맛있고 양양가 좋은 성취감때문 아닐까.
나는 오늘 혼자 올랐지만, 혼자 오는 것은 비추.
그리고 아끼는 옷은 입고 오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옷도 옷이지만 몸에 찔리면 너무 아프고 신경쓰이고,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오름에 왔나하면서 신세 한탄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넘 쫄지는 말자. 주의를 기울이면 다 피할 수 있다.
이제 바리메 주차장으로 간다.
차를 끌고 산록서로에 들어서려는 순간 바로 맞은편에 우뚝 서있는 새로운 간판이 눈에 뛰였다.
'송훈파크'라고 쓰여 있었다. 뭐가 또 들어선나보다 생각하며 내 갈길을 가려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우회전 대신 직진을 한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에 출연했던 '송훈' 쉐프가 생각났던 것이다.
예능 프로를 잘 보지 않는 나였지만 촬영장소가 제주라 눈길이 가서 한참 보았는데,
한 쉐프가 제주도에서 대형 식당을 오픈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에 담고 있었다.
참 보기가 불편했다.
요즘 제주 자영업자들은 관광객 손님 유치를 위해 피같은 고액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저 잘난 쉐프는 공영방송 KBS에서 공짜로, 아니 출연료까지 받으면서 엄청난 광고를 해대고 있으니
정말 뭣같은 세상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들어가보니 역시나 손님 많았고, 딱 봐도 앞으로 완전 대박칠 느낌 오더라.
난 솔직히 백종원씨가 제주에서 비지니스하는 것도 정말 맘에 안드는 사람이다.
요즘은 매스미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방송 함 타면 식당에 손님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온다.
셀럽들이 장사를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과 게임이 안되는데
그 오픈 과정까지 지상파에서 예능으로 친절히 방송해준다면 그 결과는 뻔한거다.
그 사람들이 돈 많이 버는거 솔직히 난 관심없다.
다만, 생사를 걸고 투자한 제주 자영업자들을 밥먹여줄 손님들을 빼앗아 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내 배창지가 되싸지는 것이다.
젠틀한 말투로 뭐 그런게 자본주의라고 그러겠지. 백번 동의한다. 그게 공정한 경쟁이라면.
근데 이건 페어하지가 않잖아. 조민이랑 뭐가 다르냐고.
오름 잘 올랐는데 오늘 마지막에 짜증이 확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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