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노꼬메오름 올랐을 때 아련히 보였던 삼형제오름과 노로오름...
그간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 드디어 알현하려고 탐라각휴게소로 왔다.
오늘 일정은 삼형제오름을 오르고 천아숲길로 들어서서 노로오름을 탐방한 후, 다시 영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1100고지로 돌아올 예정이다.
두 오름 다 첫경험인지라 무척 설레이고, 나름 힘든 오름이라 긴장도 된다.
과연 오늘 무탈하게 이곳으로 다시 올 수 있을까.
삼형제오름을 가려면 일단 1100고지 탐라각휴게소 앞에 주차를 해야 한다.
제주시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다보면 좌측에 해군 제주사령부 세오름 중계소표지판이 나온다.
1100도로에서 본 세오름 중계소 모습.
들어서면 이렇게 아스팔트 길이 중계탑까지 이어진다.
삼형제오름은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숲이 매우 울창하고 정규 탐방로도 없기 때문에
혼자 다녀오는 것은 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특별히 고교 동창 친구랑 왔다.
최근 여러번 올레길도 같이 걸었고, 걷는 것을 워낙 좋아해 함께 걷자고 전화하면 언제나 환영하는 친구다.
삼형제오름은 서귀포시와 제주시 애월읍의 경계를 포함하는 지역이나 보통은 애월읍 광령리로 표기가 된다.
날씨가 그야말로 화창해서 차에서 내리자 마자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
해군 통신탑 앞에서 뒤를 돌아보면 한라산이 바로 가까이 보인다.
해군 통신탑 좌측으로 이렇게 길이 나있다.
1100도로 바로 옆에 세개의 오름이 동서로 연이어 이어져 있는데 합쳐서 삼형제오름이라고 한다.
삼형제오름 각각은 큰오름, 샛오름, 말젯오름으로 불리우는데
이는 맏이(큰)와 둘째(샛) 그리고 세째(말젯)를 일컫는 제주 방언에서 비롯되어 붙혀진 명칭이다.
오늘 같이 동행하는 친구가 바로 삼형제 집안의 맏이다.
삼형제가 동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러면서 보낸 세월이 어느덧 20년이다.
강산이 두번 바뀔 그 엄청난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곤 했고, 특히 맏이인 친구 칭찬을 참 많이 했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재산 또는 경제적 이익 앞에서 형제간 다툼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많이 목격했었다.
세상 어려운 일 하나가 동업이다. 성공하는 예를 거이 본 적이 없다.
그 어려운 일을, 그것도 형제지간에, 그리고 1-2년도 아닌 장장 20년 세월동안 성공적으로 해낸
그 맏이를 오늘 삼형제오름 탐방에 초대를 했으니 너무나 기막힌 섭외 아니겠는가.
조금 걸어 들어가면 첫번째 묘지가 나온다.
선답자 블로그에서 '묘지 옆으로 샛오름 가는 길이 나온다'라는 글을 읽어서
이 묘지 옆인줄 알고 한참 내려설 곳을 찾았으나 리본이 보이질 않았다.
빼곰이 보이는 오름은 노로오름이다.
그래서 두번째 통신탑 있는 쪽으로 더 걸어 들어갔다.
친구는 열심히 GPS를 찾고 있다.
두번째 통신탑 앞에 두번째 묘지가 나왔다. 묘는 이장을 한 상태라 묘지터만 남아있다.
삼형제큰오름이 오르기 제일 힘들어야 맏이로서 체면이 좀 서는데 1100도로에서 출발하면 정상에 도달하기 제일 쉽다.
이 두번째 통신탑 부근이 정상으로 보였는데, 입구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
사실 비고도 삼형제 중 큰오름이 118m로 제일 낮다. 비고는 오히려 말젯오름이 125m로 제일 높다.
그럼 이름을 잘못 지은거 아닌가. 아니다.
표고를 따져보면 큰오름, 샛오름, 말젯오름 순이다. 제대로 지은거 맞다.
즉 큰오름은 키는 제일 작지만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거.
두번째 묘 옆으로 내려가니 드디어 리본이 보였다.
이제 밑으로 신나게 내려간다.
눈이 있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편했다.
눈이 단단해서 발이 빠지지 않았다.
눈 앞에 샛오름이 나타났다.
큰오름 밑 계곡의 모습. 어제 비가 와서 제법 물이 많았다.
이제 샛오름으로 들어선다.
샛오름 경사도가 제법 가파르다.
10분 이상 가뿐 숨을 내쉬며 빡세게 올라야 한다. 오르막에 약한 사람은 고생할 수 있는 구간이다.
올라서니 시원한 조망이 반갑게 나타난다.
2개의 통신탑이 보인다.
큰 통신탑에서 작은 통신탑쪽으로 이동해서 그 밑으로 내려왔다.
큰오름을 내려서며 이동했던 동선이 한 눈에 보인다.
백록담 밑으로 병풍바위와 영실기암이 보이고,
그 밑에 3개의 오름이 또렷하게 조망된다.
좌측부터 이스렁오름, 어스렁오름, 볼레오름.
요즘 내 마음을 애태우는 오름들이다.
저 오름들을 다녀올 수 있을까. 삼형제오름보다도 더 다녀오기 어렵겠지.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녀온 사람들은 있었다. 함 연구를 해봐야겠다.
시선을 남동쪽으로 돌리면 역시 많은 것들이 보인다.
우선 늠름한 산방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날씨가 좋아 그 뒤로 송악산까지도 볼 수 있다.
월라봉과 군산이 보이고, 소병악과 대병악도 보이는 듯하다.
한라산둘레길에선 돌오름이 별 존재감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니 그럴싸하다.
돌오름 뒤에 있는 2개의 오름이 미답지라 잘 모르겠다.
저 삼각형 모양의 오름이 도대체 무슨 오름이지. 민머루오름 아님 거린사슴오름 아닐까.
샛오름 정상의 모습.
이곳에서 아침도 안먹은 친구에게 소세지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을 권한다.
친구가 막걸리를 참 좋아한다.
모든 일을 끝내고 삼형제가 해장국 먹으며 막걸리 한잔할때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단다.
역시 샛오름 정상의 모습.
이제 말젯오름을 향해 내려선다.
말젯오름의 모습이 보인다. 삼형제 중 비고가 가장 높은 오름이다.
샛오름을 내려오고 말젯오름에 들어설 때가 조금 어려웠다.
리본을 따라가려니 말젯오름에서 좀 멀어지는 듯했고, 말젯오름 바로 앞으로는 리본이 보이질 않고...
우리는 여기서 좀 헤맨다.
친구의 의견을 물었다. 저 리본 계속 쫓아갈래 아니면 바로 앞으로 돌진할까.
친구가 그냥 돌진하자고 한다. 그래, 돌진하자.
여러번 돌진해본 경험에 의하면 중간지점까지는 할만하다.
하지만 정상부에 도달할 수록 가시덤불때문에 고생을 하게된다.
역시나 그랬다. 그렇지만 해볼만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예행연습일 줄은 그때는 몰랐다.
어렵게 올라서니 샛오름이 한 눈에 조망되었다.
말젯오름 정상의 모습.
제법 고생하고 올라서서 그런가 조망이 더 멋있게 보였다.
한참을 바라본다. 큰오름은 샛오름에 가려 중계탑만 보였다.
삼형제오름은 중계탑까지만 탐방이 허용되고 나머지 구간은 통제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단속을 하지 않아 통제는 유명무실해져 오름매니아들은 계속 찾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야할 노로오름이 나무 틈사이로 보인다.
천아숲길을 향하여 내려선다.
선답자들의 표식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길이다.
한라산 둘레길 걸을 때 자주 보았던 계곡.
리본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어느덧 한라산둘레길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젯오름에서 한라산둘레길까지를 제일 걱정했는데 리본의 도움을 받으니 크게 어렵지 않게 오게 되었다.
드디어 천아숲길에 들어서게 된다.
천아숲길에서 말젯오름쪽으로 뒤돌아 본 모습.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길을 걷다가 정말 아우토반 같은 길을 걸으니 긴장이 확 풀린다.
하지만 긴장 풀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을...
친구의 발걸음도 힘차다. 하지만, 우리의 쌩고생 개봉박두의 지점이다.
내가 죽일 놈이다.
좀 더 철저히 조사를 하여 이 탐방을 기획했어야 했는데,
초점을 너무 삼형제오름에만 맞추다보니 노로오름을 등한시했다.
노로오름 삼거리에서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우린 삼거리에 들어섰고, 다시 말젯오름 바로 밑에서 맞닥드렸던 상황을 다시 겪게 된다.
다시 친구의 의견을 물었다.
한참 GPS를 쳐다보던 친구가 이번에도 돌진을 하잔다.
내 생각에는 계속 리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정상적인 탐방로가 나올듯 했지만
이번에도 친구의 의견을 따른다.
나도 조금 고생은 되겠지만 말젯오름에서처럼 바로 정상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높이는 말젯오름 보단 낮았지만 정상부근에서 고생을 더 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힘겹게 오르니 무덤 하나가 우릴 반겼다.
우린 당연히 여기가 정상인 줄 알았다. 아니면 바로 옆에 정상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착각이였다. 아무리 찾아봐도 정상이 나올질 않았다.
정상을 찾으면 찾을수록 노로오름이 덩치가 큰 오름이였음을 알게된다.
이 지점에 왔을 때만 해도 이젠 됐다 싶었다.
딱 봐도 조금 더 가면 정상이 나올 삘 아닌가.
그러나 다시 엄청난 가시덤불의 공격을 받게 되고... 그럭저럭 헤쳐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정상은 오리무중.
그 와중에 사진은 찍는다. 아직 살만하다는 얘긴가.
이 지점은 걷기가 힘드니 좀 손해보는 듯하지만 일단 조금 밑으로 내려가 본다.
내려서서 다시 올라서니 뭔가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다시 무덤이 하나 나오게 되고, 이 무덤 옆으로 너무나 선명한 길이 보였다.
아싸...이제 됐다.
친구에게 GPS를 보라고 했다. 노로오름 정상이 어느 방향인지.
GPS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선명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멀리서 사람 목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조망이 드디어 터졌다.
좀 전에 올랐던 삼형제오름, 큰오름 샛오름 말젯오름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백록담이 '짜식들, 고생했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내는 듯했다.
천신만고 끝에 노로오름 삼각점 옆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
이스렁, 어스렁, 볼레, 그리고 삼형제를 병품삼아 사진도 한방 박는다.
아쉬움에 다시 한컷.
조금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승생악과 작은두레왓이 보이고,
그 앞으로 삼별초가 최후 항전했고 김통정 장군이 자결했던 붉은오름이 보였다.
저 붉은오름은 또 언제 간다냐.
정상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에게 천아숲길로 내려가는 길을 물었더니
자기네를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 내려가면서 우리는 영실입구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1100고지까지 갈꺼라고 말하니,
그분들이 '그러지 말고, 1100도로로 나가면 바로 지나가는 차 손들어서 좀 태워달라고 하세요'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보탠다.
'당신들처럼 여자면 그게 가능한데, 우리가 손 들면 차가 서질 않습니다.'
다시 천아숲길에 도달하자 우린 충격을 받는다.
'천아숲길 11 지점'에서 노로오름으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입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진작 알았다면 우린 쌩고생도 안하고 시간도 1시간 이상을 세이브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파란만장했던 노로오름 탐방을 마치고,
지친 몸이지만 편안한 맘으로 영실입구로 향한다.
배낭을 뒤져보니 편의점에서 샀던 보름달 빵이 하나 있었다.
반땡하여 한입 쳐 넣으니 묘한 행복감이 온 몸을 감쌌다.
보림농장 삼거리를 지나고...
이제 영실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2km...
마침내 제2횡단도로로 나왔고,
여기서 그 여자분들 말처럼 지나가는 차마다 손을 들어봤지만, 영실입구에 도착하는 동안 세워주는 차가 한대도 없었다.
내 말이 맞았다.
다행인 것은 영실입구에 도달하자 바로 버스가 왔다는거. 한 30분정도 기다릴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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