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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올레 12코스 (2021. 04. 04.)

비가 올 줄 알고 거이 포기했던 일요일인데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비는 안온다.

기온은 어제보다 10도 정도 떨어져 제법 쌀쌀하다. 그렇지만 미세먼지는 양호한 상태.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오랬만에 친구에게 올레길 가지고 전화해본다. 

친구랑 우리 집 앞에서 만나 올레 12코스의 시작점, 무릉외갓집으로 향한다.

 

올레 12코스는 무릉에서 용수포구까지 17.5km.

초반에는 보이는 건 마늘밭, 

녹남봉 정상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그 다음은 양파밭.

신도바당올레길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고, 신도 해녀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수월봉을 오르는데 여성분 4명이 오르다 되돌아가려고 해서

'정상이 바로 코앞이고, 수월봉 정상이 얼마나 끝내주는데 이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는

말을 건네며 포기하고 돌어서려는 여성분들을 다독인다.

역시나 수월봉의 바람은 명불허전. 하마터면 폰 날라갈 뻔했다.

이어 이어지는 엉알길, 자구내포구, 당산봉, 용수포구까지의 특에이급 길에서 친구는 무지 감격했다.

처음이였단다.  

당산봉에서 둘이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여성분 3명이 급작스레 나타나니 오줌을 끊는 고통을 맛본다.

사진을 부탁하길래 최선을 다해 찍었건만 확인하고는 자기가 잘 안나왔다면 다시 찍으란다.

한참 연상이라 고분고분 다시 찍어드린다.

오늘도 올레길에 올레꾼들이 많이 보였다.

시작점 무릉외갓집.

 

 

 

신도생태연못 입구.

 

 

 

 

 

 

 

신도생태연못의 모습. 

이렇게 물이 꽉 차있는 광경은 처음 본다. 어제 밤에 비가 많이 내렸었나보다.

 

 

대정읍 신도리에 위치한 녹남봉은 비고 50m의 나즈막한 오름이다.

과거 이 오름에 녹나무가 많아서 녹남봉이라 하였으나 애석하게도 제주 4.3을 전후한 시기에 불에 탔거나

벌채가 되어 지금은 거이 녹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고, 지금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일부 잡목들이 녹나무를 대신 차지하였으나 깊은 숲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잠 자다가 졸지에 불려나온 친구.

좋아하니 자꾸 전화하게 된다.

 

 

 

 

녹남봉 정상의 굼부리는 개간을 하여 농경지로 사용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보통의 오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경우이다.

이러한 형태의 굼부리를 가메창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구 안쪽이 가마솥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호기심 많은 친구가 '여긴 뭐 심었지'라고 중얼거리며 땅을 바라보고 있다.

 

 

 

 

 

 

 

 

산경도예는 옛 신도초등학교가 폐교된 후에 김경우씨가 도자기 공방으로 꾸며놓은 곳으로

올레12코스 중간 스템프가 위치한 곳이다.

김경우 산경도예 대표는 계룡산에 있는 도예촌에서의 생활을 접고 2001년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처음에 왔을 때는 거이 방치되었던 곳인데

중장비를 동원해 운동장을 정비하고 잔디를 심는 등 조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수월봉에서 바라본 녹남봉의 모습.

 

 

 

수월봉 정상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본 차귀도의 모습.

수월봉 정상에서 부는 바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쎄다고 한다.

이날도 몸을 거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사진을 찍는 일도 쉽지 않을 정도.

 

일전에 소산오름을 다녀오면서 중국 호종단에 관한 전설에 관해 알게 되었는데,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제주 광양당신 이야기에 이 호종단이 등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제주의 지세를 누르고 배를 타고 돌아가는 호종단을 매로 변신한 한라산의 광양당신이 침몰시켰다고

전한다.

그 침몰 지점에 위치한 섬이 바로 차귀도이다.

그래서 차귀도는 호종단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가 바로 막을 차자이다.

차귀도에는 매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도 있어 전설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수월봉은 약 18,000년 전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물(수월봉 앞바다)과 만나 강력히 폭발하여 뿜어낸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수월봉은 수중에서 폭발했으며, 지금의 수월봉은 소화산체 화구륜의 일부분인 것.

굼부리는 물에 잠겨 있다고 함.

수월봉은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차귀도를 배경으로 한 일몰이 매우 아름다우며,

수월봉에서 자구내 포구로 이어지는 엉알길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엉알은 제주어로 '절벽아래, 낭떨어지'라는 뜻이다.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하여 쌓인 화산재 지층의 모습을

수월봉 엉알길 코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절벽 곳곳에 다양한 크기의 화산탄들이 박혀 있고, 지층이 휘어진 탄낭구조를 볼 수 있는데,

무수히 많은 화산탄은 수월봉의 화산활동이 얼마나 격렬하게 일어났는지를 짐작케 한다.

수월봉 엉알길 코스의 화산재 지층은 너무나 유명하여 세계 화산백과사전에도 실려있다고 한다.

 

 

 

 

엉알길을 걷다보면 해안절벽의 틈 사이로는 촉촉한 용천수가 흐르는데 여기에는 한 남매의 효심에 얽힌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녹고와 수월이라는 효성 지극한 남매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어떠한 약을 써도 병의 차도가 없었다.

이들 남매를 안타깝게 여긴 스님이 어머니의 병을 낮게 할 100가지 약을 알려주었고

남매는 99가지의 약을 가까스로 구했다.

남매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 약, 오가피를 찾아 헤매다 수월봉 벼랑 아래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월이 절벽으로 내려가 오가피를 꺽는 순간,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감격에 잡고 있던 녹고의 손을

실수로 놓았고 수월은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죽은 수월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에 대한 효를 이루지 못한 슬픔으로 녹고는 일주일 동안 울었고

그 눈물은 '노꼬물(녹고물)'이 되어 아직도 절벽 틈에서 흐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녹고와 수월의 전설이 얽힌 수월봉은 '노꼬물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차귀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이 없다. 수월봉도 왠만하면 다 안다.

그런데 당산봉을 모르는 사람이 이외로 많다. 친구도 이날 처음 알았단다.

사실 나도 올레길 때문에 당산봉을 처음 올랐다.

그럼 당산봉이 시시한 오름이냐. 그렇지 않다. 

제주의 그 어떤 오름보다도 조망이 뛰어난 오름이다.

특히 생이기정길을 지나 용수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은 단연 최고의 해안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당산봉이 애월이나 함덕 쯤에 위치했으면 그 위상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당산봉은 수월봉과 마찬가지로 물과 마그마의 폭발적인 반응에 의해 형성된 수성화산체로 

산방산과 용머리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 중 하나이다.

 

당산봉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고산평야의 풍경 하나로 당산봉의 가치는 충분히 설명된다.

 

 

 

 

 

 

 

얼마전 제주에서는 제2공항 추진여부를 둘러싼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향후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던 국토교통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제주도의 의견을 달라'며 제주도로 공을 넘겨버렸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예정지인 성산 지역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지역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하며,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며 제2공항 추진의 뜻을 밝혀 버린다.

박찬식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갈등을 계속 할 수 없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이 '제주도민이 

찬성하면 따르겠다'고 대승적으로 양보해 이뤄진 여론조사다. 그런데 3개마을도 아니고, 원희룡씨가 요구해서 넣은

성산읍의 조사 결과로 주민 수용성이 확보됐다고 하는 건 피눈물 흘린 피해 마을 주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6년동안 도민들끼리 수많은 토론을 거쳐 제주 미래비젼을 결정했고, 이제 그에 따라 이 문제를 매듭짓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는데 원희룡씨가 없는 갈등, 해결된 갈등을 다시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제주도가 제2공항을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과 혼란의 폭풍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사진은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하여 성산과 경합을 벌였던 신도지역의 모습.

 

 

 

 

추자도와 자구내 포구.

 

 

 

볼일 보다가 끊고서 급하게 찍은 사진.

 

 

 

차귀도 조망은 수월봉이 당산봉을 따라올 수 없다.

훨씬 입체적이고, 훨씬 아름답다.

 

 

 

 

 

 

 

 

 

 

 

 

 

 

 

감탄하며 걸어가는 친구.

 

 

 

넋 놓고 차귀도를 바라보고 있는 부부 올레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