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국 아웃도어전문 매거진 '액티브 트래블러'가 제주 올레길을 세계 10대 해안 트레일로 선정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제주올레의 가치를 이제는 외국에서도 많이 평가해주는 듯하여 매우 반갑고도 기쁜 소식이였다.
제주올레는 2013년 년간 탐방객수 119만 명을 찍으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다
2014년 올레길 살인사건을 겪으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내가 첫 완주에 도전했던 2016년에는 올레길에서 올레꾼을 만나는 경우가 거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올레길을 가면 정말 많은 올레꾼들을 만나게 된다.
작년 올레 완주자가 2778명이라고 한다.
올해는 3천명은 가뿐히 돌파하겠다는 기운을 올레길에서 매번 느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골프장처럼 제주올레도 호황을 누리며 제2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액티브 트래블러 매거진이 '제주올레는 해안선을 따라 깊고 푸른 바다와 섬 한가운데 솟아있는 한라산 산맥의
끝없는 조망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보냈는데,
오늘은 그 찬사에 딱 들어맞는 코스라 할 수 있는 올레 10코스로 떠나본다.
올레 10코스는 화순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 15.6km를 걷게 되는데,
볼 거리도 정말 많고, 이야기 거리도 정말 다양한 코스로
작년 완주자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선호도 2위를 차지한 제주올레의 대표 코스라 할 수 있다.
오늘은 또 올레길에서 얼마나 많은 올레꾼을 만나게 될 지 벌써부터 설렌다.
10코스 출발점 화순해수욕장의 모습.
10코스가 벌써 다섯 번째인거 같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10코스를 탐방한 적이 없다.
언제나 바람에 모자가 날라갈까바 신경쓰였던 기억이 많다.
화순항의 모습.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
모래가 참 곱다.
두번 째 돌 땐가는 코스가 산방산 뒤로 짜여 있어서 이 멋진 해안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지금은 화순해수욕장에서 용머리해안까지 너무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으면 계속해서 사진을 찍느라 진도빼기 어려워진다.
그냥 앉아서 한없이 쉬다 가도 좋을 곳이다.
형제섬이 보이고, 송악산도 보이고, 용머리해안도 보인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 올레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을 아니 찍을 수가 없지요.
산방산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황우치 해변에서 바라본 용머리해안의 모습.
차귀도 전설의 주인공 '호종단'이 용머리해안 전설에도 등장한다.
차귀도에서는 송 황제가 호종단을 보내지만, 용머리해안은 진시황이 보냈다고 한다.
용머리가 왕이 날 훌륭한 형세임을 안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어 용의 꼬리 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피가 흘러 내리고 산방산은 괴로운 울음을 며칠째 계속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송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한동안 넋놓고 바라본다. 세계 10대 해안 트레일로 선정될만 하다.
박수기정이 눈에 들어오고, 그 옆의 월라봉 모습도 반갑고, 그 뒤로 군산이 나도 좀 알아봐 달라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모두를 한라산이 뒤에서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다.
황우치 해변에는 한쌍의 남녀가 모델이 되어주시고...
화순해수욕장에는 금모래가, 황우치 해변에는 검은 모래가 있다.
산방산 앞에는 하멜기념비도 있다.
한동안 노란 물결의 장관을 만들었던 유채꽃이 이제는 다 지었구나.
그 뒤로 하멜상선 전시관이 외로이 용머리해안을 지키고 있다.
1653년(효종 4) 하멜 일행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 스페르웨르호를 타고 인도네시아 비타비아를 출발하여
대만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 중 폭풍을 만나 산방산 앞바다에서 암초에 좌초되어 표류하다가
8월 16일 선원 64명 중 36명만 살아남아 하모해수욕장 해안으로 상륙했다고 한다.
이 작지만 웅장한 산방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10코스의 큰 자랑거리다.
한라산에 사냥갔던 한 포수가 실수로 산신의 엉덩이를 활로 쏘자 대노한 산신이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날아와 산방산이 되고 뽑힌 자리는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산방산은 용머리해안과
한 세트를 이루며 오랜 세월동안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제주의 대표 관광지이다.
산방산 앞에 있는 마을은 사계마을이다.
마을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사계포구가 나오는데,
이 사계포구에서 송악산까지의 해안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선정될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다만, 날씨가 좋은 날에 걸어야 그 경관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10코스는 거꾸로 걸을 때 제일 이쁜 길이라고 했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것을 '역올레'라고 하는데, 10코스는 역올레로 걷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역올레가 아니라면 자꾸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why? 안 그럼 이런 멋진 풍경을 놓칠 수 있으니까...
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화석 산지.
이 화석 산지는 제주도내 지구과학 교사인 강지현 선생님에 의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1944년 7월 미군에게 사이판이 함락되면서 일본 본토가 미군기의 공습 가시권에 들어가게 되자
일본은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에 대한 방어를 준비하게 된다.
이때 일본은 미군의 예상 상륙지점으로 제주도와 훗카이도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한다.
결국 일본은 '결7호 작전'을 수립하고 제주도를 일본 본토방어의 보루로 삼게된다.
'결7호 작전'은 미군이 상륙했을 때 도민들을 이끌고 최후의 한 명까지 죽음으로 맞선다는 이른바 '옥쇄작전'
이였던 것이다.
작전을 수행할 제58군이 신설되고, 그 예하부대 대병력 7만 5000여 명이 제주도에 배치된다.
그들은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하여 곳곳에 비행장을 만들고 해안마다 굴을 파는 등 군사기지를 건설한다.
이때 제주의 보물 성산일출봉, 송악산 등지에 해안진지동물을 만들고,
어승생악, 가마오름 등지에도 진지동물을 파 놓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 당시 파 놓은 동굴이 7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제주 오름을 다니다 보면 너무나 흔하게 발견된다.
송악산 해안절벽에는 17개의 진지동굴이 뚫려 있다고 한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고,
일본의 예상대로 제주도로 상륙하여 일본과 일전을 치루었다면....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송악산, 이름만 뜯어보면 소나무가 많다는 얘길 것인데...
탐방해보면 부분 부분 소나무가 좀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오름들보다 많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 의하면,
예전엔 소나무 보다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느릅나무 등이 우거진 자왈이였고
뱀이 많아서 불을 질러 버린 뒤로 초원을 이루어 훌륭한 목장이 되었으며 지금의 소나무는 뒤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송악산은 절울이오름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역시 오름나그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절울이'는 물결(절)이 운다는 뜻. 바다 물결이 산허리 절벽에 부딪쳐 우뢰같이 울린다는 뜻이라고.
송악산 보다는 절울이오름이 더 와닿는다.
송악산은 초기의 수성 화산활동과 후기의 마그마성 화산활동을 차례로 거친 화산으로
먼저 폭발한 큰 분화구 안에 두 번째 폭발로 지금의 주봉이 생기고 거기에 작은 분화구가 생겨난
이중화산체로 주위에 기생화산이 발달하여 99봉이라 일컫는다.
모슬봉과 단산이 조망되고 있다.
형제섬이 가까이 보인다.
사계포구에서 1.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형제섬은 무인도로
길고 큰 섬인 본섬과 작은 섬인 웃섬이 마치 형제처럼 마주하며 떠 있다.
날씨가 좋아서 멀리 범섬, 문섬, 섭섬도 아련히 보인다.
발길 닿은 곳마다 특급 해안절경을 선사하는 송악산 둘레길.
정말 제주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여긴 입장료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송악산 둘레길은 2.7km로 1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올레길 걷다보면 풍광이 좋은 길보다는 지루한 길이 훨씬 많다.
어쩌면 인생사도 그럴 것이다.
올레10코스는 지루할 틈이 없는 코스다.
가파도와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자연이 빚여낸 기막힌 풍광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송악산 정상의 모습.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진짜 멋지지만 아쉽게도 송악산 정상부는 자연휴식년제중이다.
2015년 8월부터 5년간 출입통제가 되었고, 다시 1년이 연장되었다.
올 8월부터는 과연 저 곳을 오를 수 있을까.
송악산을 내려와 바로 곁에 있는 동알오름을 오른다.
동알오름 정상에서 한라산을 바라본 모습.
셋알오름 정상에 있는 고사포 진지.
이 고사포 진지는 실제 중국에서 일본 본토로 폭격을 가는 미국의 폭격기들을 모슬봉에 있는 당시 레이더 기지에서
잡아내면 이곳에서 실제 사격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셋알오름과 섯알오름 중간지점에서 바라본 모슬봉의 모습.
이승만 정부는 과거 좌익 활동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쉽게 통제, 관리하기 위해 1949년부터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하여 이들을 모두 가입시켰고, 6.25가 발발하자 이들은 북한군에 협조할 우려가 있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되어
전쟁 초기 군경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검속과 처형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이른바 '예비검속'이다.
제주 4.3이 진정국면에 접어들 무렵,
6.25가 발발하자 치안국의 예비검속 광풍이 몰아쳐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강제검속을 당한다.
예비검속자들 중 약 1천명이 넘는 제주인들은 당시 계엄군에 의해 아무런 법적 절차없이 한 밤중에 무참히 총살,
이름모를 산야에 암매장되거나 깊은 바다에 수장된다.
현재까지 '섯알오름 양민학살터'만이 당시의 비참했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제주도내의 유일한 학살터이다.
1950년 8월 20일 모슬포 경찰서에 예비검속된 357명 중 252명을 새벽 2시경과 5시경 2차에 걸쳐 총살하고
돌무더기와 함께 암매장하였다. 그러나 만행은 당일 새벽 유족들에 의해 발각되고, 그 시신 인도를 시도하였으나
그 당시 계엄군경이 무력으로 저지하였고, 이곳을 7년동안 '출입금지' 지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진이 바로 섯알오름 학살터이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집단학살과 암매장터는 일본군이 중국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지역주민을 동원해서
만들어진 탄약고였었다.
2시경에 희생된 61구의 시신은 3년 후 경찰의 눈을 피해 몰래 파내어 한림읍 갯거리오름 공동묘지에 안장하였지만
약 40명의 명단과 시신은 아직도 그 행방을 알지 못한다.
총살당한 시신을 수습할 자유마저 빼앗긴 채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가 6년 8개월만에 거이 형체도 알 수 없는
시신 149구의 유골을 수습하고 그 중 132구를 현재의 공동 묘역에 안장하였다.
1960년에는 유족들이 묘비를 세워 '백조일손지묘'라 칭하고 뒷면에 희생자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시신을 구별할 수 없었기에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1961년, 5.16 세력에 의해 비가 박살나는 수난을 겪었고,
오늘날의 위령비는 1993년에 다시 제작한 것이다.
사진은 섯알오름 학살터에 있는 희생자추모비이고,
백조일손지묘는 사계공동묘지 옆에 위치해 있다.
알뜨르비행장 앞에 있는 대형 조형물.
대나무로 만든 파랑새를 앉고 있는 소녀.
비극적인 역사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을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군사기지화를 위한 군사시설과 4.3사건의 잔혹한 현장들이 제주지역 다크투어리즘 장소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대정읍 알뜨리비행장 일대는 제주 다크투어리즘 성지로, 역사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비행기 격납고의 모습.
모슬포 바닷가의 자갈과 모래를 철근, 시멘트와 혼합하여 만들었다.
일제는 격납고 20기를 만들었는데 현재 19기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정읍 상모리 아래쪽의 너른 벌판에 제주도민 등을 동원하여
건설한 군용비행장으로써,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이 비행장을 전초 기지로 삼는다.
당시 비행기의 짧은 항속거리로 인해 중국 본토를 공습할 수 있도록 거쳐가는 중간 장소를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약 700km 떨어진 중국의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오무라 해군 항공대의 많은 전투기를 '알뜨르'에서 출격시켰다.
그러나 1938년 11월 일본군이 상하이를 점령하자 오무라 해군항공대는 중국 본토로 옮겨졌고,
알뜨르비행장은 연습 비행장으로 남았다.
알뜨르비행장은 '마을 아래에 있는 너른 벌판'이란 뜻을 갖고 있는 상모리 '알뜨르'에 조성되어서 붙은 이름이다.
1942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알뜨르비행장은 본격 요새화되어 확장된다.
1944년 3차공사로 레이다 진지와 각종 지하 진지들이 건설되었고,
1945년 2월 9일, 결호 작전이 승인되면서 연합국 상륙에 대비하여 각 시설을 잊는 터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하모해수욕장.
하모체육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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