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이 국내 국립공원 최초로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해 2월 초에 시범운영하다 코로나로 일시 중단하였다가, 올해 1월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운영현황을 분석할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우선 성판악 갓길 주차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고,
성판악 탐방로 쏠림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산악 사고도 줄고 있고, 쓰레기 배출량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탐방예약제에 동참도 할 겸, 간만에 한라산 정상을 가보려 예약을 해본다.
성판악으로 가서 관음사로 하산하려고 성판악코스 탐방예약을 해보려 했으나 이미 풀,
관음사코스에 딱 1명의 여유가 있어 간신히 예약에 성공한다.
1500명(성판악:1000명, 관음사:500명) 안에 드는 것도 쉽지가 않구나.
탐방예약제를 시행하니 성판악 코스는 탐방인원이 줄고, 관음사코스는 늘었다고 한다.
성판악을 들머리로, 관음사를 날머리로 하는 일정이 제일 인기가 좋으니 자연스런 결과일 것이다.
나의 오늘 코스는,
관음사지구야영장 - 3.2km - 탐라계곡 - 1.7km - 개미등 - 1.1km - 삼각봉대피소 - 2.7km - 백록담
- 2.3km - 진달래밭 - 1.5km - 사라오름 입구 - 0.6km - 사라오름 전망대 - 0.6km - 사라오름 입구
- 1.7km - 속밭대피소 - 4.1km - 성판악탐방안내소 (총 19.5km)
예약이 완료되면,
한라산국립공원에서 핸드폰으로 입장 QR코드를 보내게 되고,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입산하면 된다.
탐라계곡까지 3.2km는 크게 힘들지 않다.
어제 비가와서 한라산에는 물이 많았고, 그야말로 촉촉했다.
본 숯가마터는 관음사 등산로 2.5km 지점에 있으며 1940년경에 만들어져 한라산에 산재되어 있는
참나무류를 이용하여 참숯을 구워냈던 장소로서 제주도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이다.
탐라계곡에 도착한다.
어리목 계곡를 지나는 하천은 광령천이고,
탐라계곡을 지나는 하천은 한천이다.
한천은 백록담 북벽에서 발원하여 탐라계곡을 거쳐 방선문계곡, 오라동을 거쳐 용담동 용연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길이 대략 16km이다.
한천은 여느 제주 하천이 그렇듯이 투수성이 큰 조면암질로 지반이 이루어져 물이 쉽게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한천의 특징은 중간중간마다 포토홀에 의해 형성된 물이 고이는 소가 만들어지고, 단층과 풍화혈을 이루는 바위들이
산재해 있어 기암괴석이 많다는 것이다.
한천은 상류 구간부터 용진각, 왕관능, 탐라계곡, 방선문, 용연 등 비경이 펼쳐지는 하천이다.
지금부터 삼각봉대피소까지 2.8km 는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는 힘든 구간이다.
개미등.
삼각봉을 한장 찍고, 삼각봉 대피소에서 가지고 온 수박을 먹는다.
지난 번 윗세오름에서 먹은 수박보다 맛이 없었다.
삼각봉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2.7km, 역시나 힘든 구간이다.
왕관능의 모습.
관음사코스의 명물인 용진각 현수교.
장구목 능선 동쪽의 절벽은 아찔하지만 넘 아름다운 풍광이다.
왕관릉보다 휠씬 길게 펼쳐져 있다.
용진각 대피소가 있었던 자리.
산악인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던 용진각 대피소는 태풍 '나리'로 인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라산에서는 너무나 보기 힘든 물.
한라산 북벽의 모습. 언제나 위태위태하다.
이제 250m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장구목 오름의 모습.
비고는 70m로 그리 높지 않지만, 표고는 1.813m로 제주의 오름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한라산 서북벽 앞을 시작으로 하여 장구목과 삼각봉, 더 나아가 두레왓(큰드레, 족은드레)으로 가는 길은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꿈에 그리는 코스일 것이다.
나 또한 가고 싶어서 환장하는 곳이다.
년중 단 몇일 물찻오름을 개방하는 것처럼 이곳도 개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상 부근에서 앵초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는데 역시 장구목 사진에 제일 많았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리 찍어댓을까.
저 능선을 너무도 걷고 싶다. 장구목 오름 정상에 서면 어떤 풍경일까.
족은두레왓과 어승생악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장구목 오름은 삼각봉 근처에서도 오를 수 있고, 용진각 대피소 자리 부근에서도 등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무난한 루트는 윗세오름을 거쳐 서북벽 앞을 지나는 것인데 무작정 통제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리움에 계속 사진만 찍어댄다.
만세동산도 고개를 내밀고 있네.
삼각봉과 삼각봉 대피소가 보이고 있다.
구상나무 열매.
백록담 정상의 모습.
생각보다는 정상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것도 탐방예약제의 긍정적 효과인거 같다.
탐방 인원을 제한하고, 거기다 입산 시간까지도 분산시키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듯.
어제 비가와서 백록담에 물이 평소보다는 많았다.
물도 물이지만, 저 그린 그린한 거 보소. 완전 골프장 분위기.
저 능선을 오를 순 없을까.
아름다운 백록담의 모습.
여기는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 정상의 모습입니다.
정상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아내가 성판악으로 와준다면 성판악으로 하산하고, 여이치 않으면 관음사로 하산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남편의 청을 거절 못하는 아내, 성판악으로 와준단다.
구태여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사라오름 때문이지.
멀리 사라오름이 빨랑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산정호수에 물이 많이 찼어. 어서 와'
사라오름 뒤로 덩치가 제법 큰 성널오름이 보이고 있다.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고,
사라오름에 오르니 역시나 산정호수에 물이 가득했다.
비가 많이 오면 나무테크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안 그런 것을 보니 지난 밤에 큰 비가 오진 않았구나.
호수의 물을 보니 맘이 차분해진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지난 주에 친구가 와이프랑 흙붉은오름 다녀왔다고 막 자랑했는데,
난 사라오름에서 흙붉은오름을 알현한다.
사라오름 전망대에 오니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가 조금 걷히니 성널오름이 보이고,
그 옆에 있는 오름은 논고악,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오름은 동수악 인듯하다.
다시 내려서며 흙붉은오름과 눈맞춤을 한번 더 하며 '담에 함 꼭 보자'고 서로 약속한다.
다시 사라오름 입구로 온 현재 시각 12시 40분,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성판악에서 13시 50분에 만나자'고.
이후는 아우토반, 냅다 걷는다.
속밭대피소 앞에 테크가 그럴싸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그냥 줄기차게 걷는다.
13시 43분에 도착한다.
성판악 휴게소가 헐리고 있다. 이제 저기서 더이상 김밥을 사먹을 수 없구나.
아내의 차로 관음사 주차장까지 태워다 줘서 편안하게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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