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수요일에 백신 2차 접종도 했고, 추석 전 울릉도, 추석 후 홍도를 다녀왔기에
이번 주말은 친구랑 올레길이나 걸으며 제주에서 보낼까 생각했는데,
금요일 오후가 되니 갑자기 설악산 단풍이 궁금했다.
토요일 동서울터미널 첫차가 매진이라 포기할까 했는데, 일요일 첫차는 자리가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일요일이 날씨가 안좋은가...날씨를 검색한다.
오히려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날씨가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된다.
모든 예약 회로를 돌린 결과, 토요일 저녁에 가서 일요일 산행하고 월요일 아침에 오는 스케줄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금상첨화로 왕복 항공권은 5만원이면 해결되었다.
망설임없이 결제에 돌입했다.
토요일 저녁 7시 5분 비행기 타고 서울에 와서 동서울터미널 근처에서 1박하고,
일요일 첫차 6시 20분 버스를 타고 08시 32분에 한계령에서 내린다.
내리자 마자 옆을 보니 내가 설악산에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설악산은 3번째다.
첫 번째는 백담사에서, 두 번째는 오색에서, 오늘은 한계령에서 오른다.
당연히 한계령휴게소는 처음이다.
한계령은 대청봉과 그 남쪽의 점봉산을 잇는 설악산 주 능선의 안부이며,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의 분수령을 이룬다.
1971년 한계령을 지나는 44번 국도인 한계령 도로가 닦이고, 설악산 및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의 증가에 대비하여
1981년 인제군에서부터 양양군과 속초시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확장, 포장됨으로써 설악산 북쪽으로 돌아
진부령이나 미시령을 넘던 자동차들이 이 고개를 이용하게 되었다.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던 한계령 코스 초입에서 8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위령탑을 지나고,
멀리 보이는 운무는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44번 국도인 한계령 고개길과 칠형제봉.
초반 1km는 계속 오르막.
몸이 몹시도 무거웠다. 배낭은 또 왜그리 무겁게 느껴지는지...
이제 고작 500m 왔는데 땀이 줄줄 흐른다.
대청봉까지 7.8km, 에고 언제면 간다냐.
뉴스에서 설악산 단풍을 얘기하길래 보고 싶어서 왔다.
올해 첫 단풍을 맞이한다.
빡센 산행 오랜만이다.
옆을 보니 운무도 다시 보이고...
오늘 걸어가야할 서북능선 동쪽(우측) 구간의 모습.
오늘 산행 타이틀이 '단풍'이지만, 사실 오늘 나의 관심사는 '서북능선'이다.
작년 가을, 공룡능선을 다녀오니까, 이젠 서북능선도 왠지 다녀와야할 것만 같았다.
서북능선은 설악산의 서쪽 끝에 있는 안산에서 시작되어 대승령, 귀때기청봉을 지나 중청봉으로 이어지는
약 13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설악산에 있는 능선 중에서는 가장 긴 능선으로써,
남설악과 내설악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단풍이 참 곱구나.
춤추는 나무를 지난다.
2019년 10월 27일에, 100대명산 중 72번째로 다녀왔던 방태산이 멀리 보이고 있다.
드디어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2.3km 지나온 지점이다. 초반 1.1km는 힘들고, 후반 1.2km는 덜 힘들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면 드디어 내설악의 아름다운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방향.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장 어렵사리 찍는다.
그리고는 사과 반쪽 먹으며 잠시 쉰다.
이제 몸이 좀 풀렸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면 귀때기청봉, 대승령이 나오고,
우측으로는 끝청, 중청, 대청봉 방향이다.
난 오늘은 우측으로 갈 것이다. 좌측은 내년 털진달래가 필 적에 오려고 한다.
설악의 기암괴석들은 언제 보아도 참 이쁘다.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남설악 풍경.
점봉산이 보이고 있다. 산림청 지정 100대명산 완등을 위해 이제 점봉산과 대암산만 남았다.
두 산을 묶어서 다녀와야 하는데, 대암산 용늪이 오래도록 통제중이다.
점봉산 뒤로는 방태산 능선이 보이고 있다.
귀때기청봉의 모습. 너는 내년 봄에 만나자.
대청봉까지 아직 반도 못왔다.
좌측으로 가리봉과 주걱봉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다.
점봉산 방향.
걷기 불편한 너덜길.
그러나 귀때기청봉 방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마가목 열매와 귀때기청봉,
마가목 열매와 공룡능선.
멀리 끝청과 중청이 보이고 있다.
아직은 멀어 보인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산객들.
서북능선 단풍 상태가 올해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말라 비틀어진 단풍들이 많았다.
걸어온 능선길이 보인다.
끝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객들.
귀때기청봉 뒤 우측으로 안산이 보이고 있다.
서북능선이 바로 저기 안산에서 시작되어 중청까지 이어졌다는 것인데, 참으로 긴 능선이다.
안산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아마도 대암산일 것이다. 대암산 빨랑 다녀와야 하는데...
끝청에 오르면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잘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땡겨보니 봉정암도 보인다.
멀리 봉정암 석가사리탑도 보인는 듯하다.
아내랑 다시 함 다녀와야 하는데...
울산바위도 고개를 내밀고 있고,
용아장성의 모습.
용아장성은 봉정암 사리탑을 기점으로, 동쪽으로는 가야동 계곡과 만경대, 공룡능선을 거느리고 있고
서쪽으로는 수렴동 계곡, 구담계곡을 끼고 서북능선이 장대하고 웅장하게 펼쳐져 있어 신비로운 경관을 보여주지만,
이곳은 산세가 험하고 안전 시설물이 없어 탐방객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다.
내가 산행하던 바로 이날, 50~60대 남성 2명이 용아장성에서 암벽을 타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산행중 보았던 헬기는 이 사고때문인 듯 싶었다.
비탐지를 가고 싶어하는 맘, 나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탐방이 금지되는 구역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연코 가지 말아야 한다.
어쩌다 한번 다녀오면 자신감이 생기고, 또 그러다 보면 겁이 없어지면서 안전불감증이 생기게 된다.
모르긴 해도 사고당한 두 분도 산을 아주 잘타는 사람들이였을 것이다. 그러니 용아장성으로 갔을 것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용아장성 위로 공룡능선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능선이다.
보통 마등령에서부터 희운각대피소 앞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구간을 가리키는데,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일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며, 신비로운 경관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맘때쯤 공룡능선에 들어서면 인기 아파트 청약 현장에 온 것같은 착각이 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산을 좋아하는지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제 중청이 눈앞에 나타난다.
단풍 뒤로 중청과 대청이 보이고 있다.
보이는 모습이 어리목 탐방로에서 본 윗세누운오름과 윗세족은오름과 흡사하다.
이제 중청과 대청은 지척이다.
젊은 친구들이 무거운 배당을 메고 힘겹게 중청을 오르고 있었다.
참 보기가 좋았다.
중청을 오르면서 뒤돌아 본 모습.
이제 가리봉과 주걱봉은 까마득하게 보이고 있다.
대청봉을 땡겨보니 정상엔 역시나 사람들이 많구나.
오늘 정상 인증은 아무래도 어려울 듯.
중청대피소가 드디어 시야에 들어오고...
이제 중청봉은 뒤돌아 보아야 한다.
이제 지난 번 오색으로 올라올 적에 안개로 도둑 맞았던 풍경들을 감상한다.
공룡능선과 울산바위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공룡능선 밑에 희운각대표소가 멀리 보이고 있다.
만일, 중청대표소가 철거된다면 희운각대표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데,
그래서 공단은 수용 인원 100명의 중청대피소가 철거되는 대신 수용 인원 30명인 희운각대표소를 80명 규모로
증축하겠다고는 하는데 이것이 대안이 되긴 내가 봐도 어렵다.
작년에 걸어본 바로는, 일단 두 대피소간 너무 멀다. 그런데다 엄청나게 가파른 길이고 돌길이다.
그래서 '종주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화채능선의 모습.
화채능선은 대청봉에서 시작해 화채봉, 칠성봉, 집성봉 등의 봉우리를 지나 권금성까지를 잇는 약 8km의 능선으로
등산이 법적으로 금지된, 비법정탐방로이다.
이번 산행에는 특별히 보온병과 사발면을 가지고 왔다.
중청대피소에서 사발면을 먹는다.
보온병 성능이 별로인지 아님 보온 시간이 길어서 인지 면이 많이 설었다. 그렇지만 맛있었다.
삶은 계란도 먹고, 사과도 먹고, 믹스커피도 한잔 타 마신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반팔 셔츠를 입었는데도 춥지는 않았다.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시설 노후화 및 환경 훼손 등의 이유로, 중,장기 대피소 개선 계획에 의거해 오는 2022년 4월 이후 철거 작업을 실시할 것이다. 다만, 숙박시설만 없애는 것이고 긴급대피 및 구조기능, 고지대 생태환경조사 거점 역활 등은 계속 수행하게 된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중청대피소 철거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에 산악계에서는 산을 오로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졸속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하여 왔고,
응답자의 95%가 철거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에 공단은 개선 계획에 의하면 최대 2023년까지 숙박기능을 제거하는 것으로 돼 있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 세부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였다, 산악계에서 낸 의견들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앞으로 어찌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 대청봉을 향한다.
날씨가 좋으니 대청봉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구나.
울산바위, 공룡능선, 천불동계곡의 모습.
대청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중청의 모습도 기가 막히네.
한 산객이 나의 모델이 되어 주셨다.
다시 또 공룡능선을 탈 날이 있겠지.
울산바위는, 옛날 회사 다닐 적 연수교육 때에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다.
그때가 1996-1997년도 쯤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 올라가니 가리봉과 주걱봉, 귀때기청봉, 안산, 끝청과 중청...모두 다 보이는 구나.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설악산,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이 시기에 나만 설악에 오고 싶었겠는가.
정상 인증 줄이 정말 길었다.
정상석 찍는 것으로 만족하자.
이제 하산이다.
어른들이 소풍나온 모습처럼 보였다.
이제부터는 단풍 사진 좀 찍어야지.
오색 등산로는 오르는 사람도 힘들고, 내려가는 사람도 힘들다.
그래서 오색 등산로에는 쉼터가 유독 많다.
오색 제2쉼터에 다다른다.
오색등산로는 짧지만 가파르다.
작년 가을, 아내랑 이 등산로로 대청봉에 올랐고,
무너미고개에서 난 공룡능선으로, 아내는 천불동계곡으로 가서 소공원에서 조우한 바 있다.
그때 아내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산행이였는데,
특히 오색에서 대청까지 5km를 죽으리로 올랐었다.
계곡에서 고생한 발을 식혀주고 있는 산객들.
오색 하산시 마지막 1km 급경사의 돌길, 매우 힘들게 느껴진다.
이제 산행이 끝나고 있다.
오늘도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히 산행을 끝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맘을 가져본다.
08시 40분에 시작하여 15시 15분에 산행을 끝마친다.
8시간을 예상했지만, 6시간 35분만에 산행을 종료했다.
오를 땐 사진을 많이 찍고, 사발면까지 먹느라 시간을 지체했지만, 하산시에는 부지런히 걸었다.
그 이유는 15시대의 버스를 타겠다는 염원때문에...
그래서 그 시간대의 버스를 탈 수만 있다면 오늘 제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설악탐방지원센타에 도착하자 마자 먼저 매표소를 찾았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국공 직원에서 물어보니, '매표소는 여기서 1.2km를 더 가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갑자기 멘붕이 온다. 아니 정류장이 여긴데 매표소가 120m도 아닌 1.2km 떨어진 곳에 있다니 이게 뭔 말...
1.2km를 가는 것도 큰 일이지만, 다시 1.2km를 또 걸어서 와야 한단 말 아닌가...
그렇게 궁시렁대면서 일단 내가 급하니 걷는다.
걷다보니 작년 새벽 4시에 이곳을 걸어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다보니 이렇게 넓은 주차장까지 있었다.
힘겹게 1.2km를 걸어오니 편의점을 겸하고 있는 오색버스터미널이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알아보니 15시대 버스는 없었다.
14시대 버스도 있고, 16시대 버스도 있는데 유독 15시대 버스만 없다는 것. 이런 판이 있나.
이럴 줄 알았으면 계곡물에 발이라도 당그고 오는건데...
일단 이미 예약했던 18시 15분 버스를 취소하고, 16시 50분 버스표를 끊는다.
게토레이 하나 사서 마시면서 머리를 쥐어 짜보았다.
결론은? '16시 50분 버스를 타더라도 마지막 비행기(21시 20분) 탈 수 없다' 였다.
포기하니 맘은 편해졌다. 이미 낼 아침 비행기도 예약되어 있고, 애초 계획도 그러했고 했으니...
그리고 제주도 촌놈이 몰랐던 사실 하나, 오색 정류장은 이 편의점 바로 건너 편에 있었다는 사실.
작년 산행시 오색 등산로 앞에서 내렸던지라 거기가 정규 정류장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니다'라고
옆에 있던 한 산객이 알려 주셨다.
그래서 내가 '다행이네, 다시 1.2km를 안 걸어가도 되니'라고 말하자,
그 분은 '택시타고 오면 될 것을 왜 힘들게 걸어서 왔냐'고 얘기한다.
암튼,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이제 세상 편하게 쉬면서 차만 기다리면 된다.
1시간 이상을 더 기다리니 속초에서 출발한 버스가 왔다.
버스는 오색에서 이미 좌석이 거이 찼고, 일부는 한계령에서 내리기도 하고, 또 장수대에서 몇명 타고,
원통에서 내리고 또 타는데...사람 머릿수와 표 장수가 일치하지 않아 관계자들이 한동안 옥신각신했다.
한참을 씽씽 잘달리다가 경기도 가평 쯔음에 다다르자 차가 엄청나게 막히기 시작했다.
조금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거북이 운행...설상가상 교통사고까지 났었던 모양.
결국, 3시간 늦어도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은 4시간을 휠씬 넘긴, 21시 15분 정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당초 계획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려고 했지만 너무 늦어 그냥 어제 잤던 숙소에서 다시 자기로 한다.
후론트에 연박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니 객실료 5천원 할인해준다.
단골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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