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비슬산/팔공산 산행 이후로 오랫동안 육지 산행을 못했다.
작년 8월말에 동문 체육대회 준비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아 열정을 불사르다 보니 그해 가을을 통으로 날렸고,
올해에는 동창회장 맡아 동창들이랑 올레길, 둘레길 등등만 다니며 또 봄까지 건너뛰니
산행 열정은 식어버렸고 허벅지 근육은 가출 상태인 상황...
그런 와중에 요즘 컨디션 최상(내가 보기에는) 친구가 '설악산 공룡능선' 가자며 훅 들어온다.
5월 격무에 만신창이 상태라 거절해야 마땅하지만,
내가 그래도 명색이 산꾼인데 산에 그것도 설악산 가자는데 어찌 노를 외치겠는가.
공룡능선은 두 번째다.
2020년 가을에 아내랑 와서 오색에서 1박을 했고,
대청봉을 거쳐 희운각대피소까지는 아내랑 함께 걸었고 이후 난 공룡능선 아내는 천불동계곡를 향했었다.
그 당시 곰탕 날씨로 공룡능선을 제대로 느끼질 못해 아쉬움이 컸던지라
이번에는 뭔가 다르겠지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설악엘 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 속초 관광수산시장을 들렸다.
요즘은 여행객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국룰인가 보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등산객이 아닌 여행객이 된듯하여 기분이 막 업되고...
우린 회를 먹을지 아님 순대를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는데...
그러다 제주 촌놈들 매날 먹는 회보다는 순대쪽으로 맘이 기운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너무 맛있었다.
제주에는 해장국집은 많은데 요런 음식점들이 없어서 참 아쉽다.
요즘은 다이소, 해장국집, 김밥집이 많아서 제주를 삼다도라 한다나 뭐라나.
저녁을 맛있게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와서 조금 기다리니 소공원 가는 버스(7번, 7-1번)가 왔는데 그것이 막차란다.
아무 생각없는 두 제주 촌놈, 억세게 운이 좋네. 막차 놓쳤으면 택시비만 3만원이상 깨질뻔했는데...
40분 정도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려 좀 헤매다가 숙소에 도착하니 요런 모습.
들어서니 말괄량이 삐삐풍의 주인장 딸이 우리를 영접했고,
큰 붓을 들고 있던 여 주인장은 낼 아침에 우리를 소공원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인심을 보여주신다.
속초 관광수산시장 술빵파는 곳에는 어김없이 긴줄이 있었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것이니 우리도 오면서 조금 사왔고...방에서 그 빵을 먹었다.
그리고는 대충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눈이 떠져서 시간을 확인하니 2시 30분...
친구랑 5시에 보기로 한지라 더 자보려 했지만 더이상 잠이 안오더라.
약속시간에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인가 보다.
덕택에 우린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까지 편히 올 수 있었다.
5시 4분, 우린 설악산문 앞에 다다른다.
대한민국 유명한 산에는 어김없이 절이 있고, 그 입구에는 보이는 것처럼 웅장한 불교식 문들이 있다.
찾아보니 저 문은 2016년에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조계선풍시원도량설악산문'이라고 씌여져 있다.
설악산문은 걍 해석되고, 도량은 불교를 닦는 곳 즉 절을 말함이고...조계는 조계종을 뜻하는 것일거고...
'선풍시원'의 의미만 파악하면 되는데 찾아보니...
조계종의 종조라 불리우는 '도의국사'가 신라 때 중국 유학후 '선종'을 들여와 설악산 진전사를 무대로
선의 가르침을 전한 것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산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문화재관람료',
나도 100대명산 다니면서 참 많이도 뜯기었다.
2023년 5월부터 징수가 폐지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오늘 그 혜택을 처음으로 누리는 경험을 했다.
근데, 이 고요함은 뭐지.
오늘 설악산 노는 날인가.
공룡능선 가는 산객들을 많이 만날 줄 알았는데 왜 없지? 이미 3-4시경에 다 출발한 것인가.
설악산은 출발하면서 옆을 대충 찍어도 요런 그림이 나온다.
쟤 세존봉 맞지?
신흥사 일주문에 들어서는 친구.
이번 산행은 전적으로 친구가 플랜을 짰다. 가자고도 먼저 했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걷기에 관한한 뭘 하자고 하고 계획을 짜는 것은 항상 내 몫이였다. 어디서든...
여자들이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던데...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남이 짜논 계획에 몸만 들이대니 참 좋네. ^^
이만치 살아보니 그 사람 직업이 그 사람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손해보려는 자세로 남을 배려하고
먼저 다가서려고 하고
거칠고 듣기 싫은 부정의 말투보다는 부드럽고 듣기 좋은 긍정의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내가 평생 서비스업에 종사해서 그런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친구도 서비스업에서 평생을 굴러먹은...그래서 둘은 뭔가 통하는 면이 있다.
거기가 잘 걷는다. 금상첨화다.
2년전에 저 친구랑 '성중종주'를 했는데 우연이 아니다.
이 나이에 같이 빡센 산행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 얼마나 다행인가.
5시 14분 신흥사 통일대불 옆을 지난다.
지금까지 날씨도 좋고...암튼 좋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편안한 길...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지옥의 문 아니 행복의 문으로 들어선다.
뭐 예상과 각오는 했지만 역시나 깔딱고개를 힘겹게 올라서고 있다.
친구는 최근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쭉쭉 치고 오른다.
그나저나 이 설악스러운 풍경, 참 오랜만이네.
너무나 그리웠던 풍경이다.
울산바위도 함 담아보고...
혼자오면 사진을 거이 찍지를 못하는데...
친구랑 오니 이런 멋진 사진도 건지고. 친구가 사진까지 잘찍어...탐나는 산행 친구 아닌가.
참조팝나무.
오늘 걸어야 할 공룡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신선대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참으로 거칠어 보인다.
대청봉은 구름에 가렸다.
1275봉과 천화대를 당겨 보았다.
멀리 대청과 중청이 보이고...
금강문 앞에서 똥폼 함 잡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친구.
뒷모습이 넘 믿음직스럽다.
친구야, 넘 고맙다. 너 아니였으면 지금쯤 침대에서 뒹글고 있었을꺼야.
큰새봉과 나한봉.
이제 몸이 조금 풀렸고,
길도 초반보다는 조금 순해졌다.
친구가 사진을 참 잘 찍네.
설악조팝나무.
다시 가야할 능선을 찍어보고...
뒤로 화채능선과 대청봉이 보이고 있다.
좌측에 뽀족한 봉우리가 화채봉인 것같다.
공룡능선에서 대장이라 할 수 있는 1275봉을 당겨 보았다.
이번에는 세존봉에 눈길을...
마등령 정상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여기서 대충 아침을 먹는다.
여기는 공룡능선의 시작점인 마등령 삼거리.
공룡에 들어서기 전에 다시 폼 함 잡고...
친구랑 오니 독사진이 참 많네.
마등령 뒤로 북설악 상봉과 신선봉이 보이고 있다.
가야할 나한봉.
지나온 마등령.
나한봉과 큰새봉.
나한봉에서 드디어 산솜다리를 만났다.
이번 공룡능선 산행에서 꼭 만나서 사진에 담고 싶었다.
산솜다리는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자신들의 기상을 담은 꽃이라고 해서 '산악인의 꽃'이라고 한단다.
나한봉에서 큰새봉을 배경삼아 다시 포즈 함 잡아보고...
그런데, 이쯤에서 부터 외설악쪽에서 짙은 안개가 내설악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나름 화창했던 하늘이...
금새 안개로 덮어 버려 곰탕 산행이 불가피한 상황...
걷기에는 좋아서 걸음만 빨라지고...
공룡능선의 명물, 킹콩바위.
얘는 스핑크스바위라네.
1275봉 오르면서 사진 한장 남기고...
친구 뒷모습도 한장 찍어주고...
뒤를 돌아보면 큰새봉이 멋지게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산객들도 많이 안보이고...
첫 산행때도 날씨가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1275봉 정상에도 올라 멋진 조망을 감상하려 했는데
이런 상황이면 패스하는 수밖에...
촛대바위 옆으로 가보는 것도 생략...
1275봉을 내려서는 친구와 나.
공룡의 기암들.
제발 신선대 조망만 터져라...
그러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참조팝나무꽃.
금강봄맞이꽃
금마타리꽃.
공룡능선의 상징, 고사목을 지나
드뎌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 지점 신선대에 올랐지만
그곳에는 아쉬움이 가득한 상황.
요정도 조망이 최선.
내 생애 마지막 공룡능선이라 생각하며 왔는데
다시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경을 선뜻 보여주질 않으니 한번 더 오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안개가 뒷면을 장식하니 사진은 잘나오네 ^^
친구도 못내 아쉬운지 한 20-30분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내가 그냥 가자고 우겼다. 더 있으면 진짜 속상할 것같아서...포기도 때론 전략.
기암절벽을 보며 속을 달랜다.
무너미고개 삼거리.
여기서 좌틀해도 되지만 우린 희운각대피소에 들려서 뭐 좀 먹고 가기로...
희운각에서 탄수화물로 배를 채우고 충분히 쉰 다음 다시 무너미고개 삼거리로 왔다.
이제 비선대까지는 5.3km...
친구랑 나랑 컨디션이 좋아서 무난한 하산길이 예상되는 상황.
눈개승마.
설악조팝나무.
함박꽃나무.
천불동계곡의 비경을 바라보는 친구.
무명폭포에서...
친구가 사진을 잘 찍으니 인물이 좀 사네 ^^
내가 너무 애정하는 설악의 옥빛 물.
천불봉계곡의 비경.
어디서 온 양반인가, 뒷모습이 좀 멋지네.
천당폭포.
양폭.
양폭대피소.
천불동계곡과 제주 촌놈.
이거 뭐 '월간 산'에서나 봄직한 사진 아닌가, 이러니 등반모델 하라는 소리가 나오지 ^^
암튼, 잘찍었어...
난 잘 못찍었네. 내가 한 수 아래인 걸로...
오련폭포.
천불동계곡은 이번이 첨인데, 그 풍경이 가히 절경이네.
공룡능선에서의 아쉬움을 여기서 달래는구나.
요런 계곡 딱 내 스탈인데...
저기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싶다.
무명의 암봉들도 너무 멋지다.
친구도 얼굴을 보니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해.
설악의 멋진 암봉들.
비선대에서 신흥사까지 오는 길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길이다.
친구와 나도 대화에 흠뻑 빠져 편안히 왔다.
친구가 절을 좋아해서 신흥사에 들린다.
신흥사의 본전인 극락보전.
친구 덕택에 오랬만에 빡센 장거리 산행을 했다.
앞에서 날씨 좀 궁시렁거렸는데 그냥 해본 소리고 정말 기분좋게 걸었고 행복한 산행이였다.
5월 마지막 주에 머리가 좀 아팠는데 말끔히 사라진 느낌,
그나저나 한동안 사라졌던 산행 본능이 다시 무섭게 꿈틀거리는데 어쩌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 산행일 : 2024년 6월 2일
- 코스 및 산행시간 :
소공원(05:05) - 비선대 - 마등령(08:05) - 1275봉 - 신선대(11:02) - 희운각대피소 - 천당폭포(13:00) -
양폭대피소 - 소공원(14:58)
- 동행 : 친구 1명
- 산행거리 및 걸음수 : 20km, 42,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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