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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족은바리메오름, 광령 붉은오름 (2021. 03. 28)

올해 봄의 주말은 정말 최악인 듯...

주중에 날씨가 좀 좋았다가도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거기다 역대급 미세먼지까지.

예전에는 이맘때 100대명산도 자주 갔었고, 아니면 제주 오름 또는 올레길에서 봄을 만끽하곤 했는데

올해는 주말에 궂은 날씨가 자꾸 내 발목을 잡는다.

토요일엔 비 예보로 집에서 사라봉 별도봉 왕복하여 기본 운동량 채우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요일엔 어디 제대로 함 가보자 했거늘 아침에 한라산을 바라보니 완전 백지상태라 전의상실.

맘 추스리고 와이프 꼬셔서 광령 붉은오름이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 바리메오름 쪽으로 와본다.

정상에서 삼형제오름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면 붉은오름을 다녀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서 족은바리메오름에서 조금 시간을 때우고 가면 오후에는 날씨가 좀 호전되지 않을까 그리 머리를 굴려본다.

때마침 족은바리메가 울 와이프 미답지라 탁월한 선택이였다.

 

 

 

 

들어서니 6-7월에 꽃을 피우는 박새가 먼저 우리 부부를 격하게 반겨준다.

연두의 빛깔들을 바라보니 기분이 막 업되었다.

 

 

 

 

봄날 우리나라 산과 들에 가장 흔하게 피는 제비꽃.

나폴레옹은 흔하디 흔한 이 제비꽃을 왜 그리 좋아했을까.

엘바 섬에 유배되었을 때도 '제비꽃이 필 무렵에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나폴레옹은 제비꽃을 좋아했었단다.

 

 

 

 

약간 서늘한 기운이 있는 곳이 개별꽃 생육조건으로 알맞다고 하는데

족은바리메에 나무들이 울창해서 개별꽃이 많은 것일까.  암튼 개별꽃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개별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나서 봄을 알리는 전령 구실을 한단다.

 

 

 

 

찍긴 했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이날 족은바리메오름이 촉촉했다.

 

 

 

 

뭘 보고있지.

 

 

 

 

날씨가 참 거시기했지만, 봄을 느끼기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사실 족은바리메는 조망보고 오는 오름은 아니지 않은가.

조망을 기대할 것이면 큰바리메로 가야지.

 

 

 

 

무엇을 찍고 있을까.

그냥 연출이다.

 

 

 

복수초는 이제 임무를 개별꽃에서 넘겨주고 서서히 지는 중.

2월말 3월초에 왔으면 복수초가 장관을 이뤘을듯.

 

 

 

데리고 온 남편 기분 좋게시리 울 와이프 완전 만족중.

친구들이랑 다시 오고 싶다고.

 

 

 

그렇다. 족은바리메오름은 봄에 한번쯤 올만한 오름이다.

 

 

 

 

 

 

 

한 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바리메오름 쪽에서 붉은오름을 갈 수 있다.

바리메오름 주차장에서 조금 더가면 영암사 삼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좌틀 한 후 1km 정도를 더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계속 직진(우회전하면 한대오름, 노로오름을 갈 수 있다)해야 한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광경이 바로 사진의 모습.

 

블로그 탐색해서 핵심 키워드 '좌회전-직진-막은창' 를 머리에 확실히 담고 왔지만,

가는 길이 승용차가 다니기에는 불편한 길인데다 가도 가도 막은창은 나타나질 않고...

그와중에 길옆에 리본이 자주 출현하여 나를 헷깔리게 해주시고...

어쩌다 만난 사람에게 물으니 '이 근처에 붉은오름은 없다'는 단호한 말씀까지 해주시니...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완전 혼란상태.

나이를 먹어가니 난 나를 자주 의심하게 된다.

너 혹시 우회전을 직진으로 오독한거 아니냐고 나를 다그쳐본다.

 

다시 폰을 뒤진다. 근데 내 기억이 맞다. 

이때 와이프가 한마디 툭 던진다. '갈때까지 가보게'

어떨 땐 와이프 한마디가 짜증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어떨 땐 확신을 주기도 한다.

그래..더 가보자.

마침내 블로그에서 보았던 막은창이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바리메주차장에서 붉은오름 입구까지 꽤 먼거리였다. 약간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도로사정이 썩 좋지않아 차로 대략 40분이상을 들어와야 한다.

 

 

 

저 초콜릿 색을 얼마나 찾고 싶었는지.

 

 

 

한라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몇명 볼 수 있었다.

 

 

 

차를 세운 곳에서 한라산둘레길을 따라 대략 200m 정도를 걷다보면 이런 모습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좌틀해야 한다. 직진은 한라산둘레길 천아숲길 진행길이다.

 

 

 

좌틀하여 들어서서 조금 걷다보면 이런 삼나무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 리본도 보인다.

근데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200m 진행후 좌틀한 다음 50m 정도 걸어가서 다시 우틀하라고 어떤 블로그에 쓰여있어서

우린 우틀할 지점을 두 눈 부릅뜨고 찾게 된다. 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길은 계속 앞으로 나있고 듬성 듬성 리본까지 보이자 우린 일순간 우왕좌왕...

계속 우측을 응시하다보니 멀리 리본이 하나 보여 저쪽이다 싶어 가보았지만 길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리본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자,

우린 블러그를 무시하고 선답자들의 족적을 믿자며 우틀을 포기하고 계속 앞으로 진군한다.

 

 

 

조금 더 들어가니 삼나무는 사라지고 조릿대 길이 나온다.

조릿대가 풍성했지만 선답자의 족적이 뚜렸했다.

 

 

 

그렇지만 제법 걸었건만 오름 입구는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역시 우틀 지점을 계속 찾았어야 했나. 다시 돌아가야 하나. 또 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와이프 눈치를 살핀다. 이쯤에서 분명 불평이 함 나올 법도 한데 저렇게 미소를 짖고 있네.

엉 울 와이프가 아닌가.

 

 

 

조금 더 올라가니 좌측에 오름 비슷한 것이 어렴풋이 나타나고,

그리고 너무나 반가운 노끈도 보였다.

 

 

 

금방 나타날줄 알았던 계곡이 드디어 나타났다.

이 계곡이 붉은오름 들머리라 생각하면 된다.

 

이 계곡까지 오는 과정을 다시 요약하면,

(1) 차량으로 바리메주차장에서 '좌회전-직전'을 거쳐 막은창까지 오면 대략 40분 정도가 소요됨.

(2) 도보로 막은창에서 '삼나무숲-조릿대길'을 거쳐 이 계곡까지 오면 대략 30분 이상이 소요됨.

 

 

 

이 사진 한장이, 현재 내 기분을 말해준다.

 

 

 

불평없이 묵묵히 동행해준 기특한 와이프도 한장 찍어주고.

 

 

 

드디어 붉은오름에 들어선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때 삼별초군이 여몽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항파두리성이 함락된후 김통정 장군이 

70여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들어와  진을 치고 처자식까지 죽이면서 최후까지 항전했던 곳으로 유명한 오름이다.

전사인지 자결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대장 김통정도 죽고, 부하들도 모두 전사했다.

그들이 흘린 피로 온산을 붉게 물들였다고 하여 붉은오름이라고 불리어졌다고 한다.

 

 

 

삼별초가 최초 제주에 입도한 때는 진도정부 함락(1271년 5월 15일) 전인 1270년 10월 말경이였다고 한다.

김통정 등은 진도에서 항쟁을 주도하면서, 이문경 부대로 하여금 제주에 들어가 항쟁의 거점을 마련하도록 하였던 것.

그러나 진도 용장성이 무너졌을 경우 제주로 옮겨 계속 항전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고려 개경정부는

1270년 9월 경에 영암부 감수와 고여림 장군을 제주에 파견하여 삼별초가 제주에 상륙하는 것을 방어하도록 한다. 

결국 삼별초 이문경부대와 관군은 일대 항전을 치르게 되는데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문경 부대가 승리하게 된다.

 

이때 삼별초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민들이 삼별초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제주는 1105년에 탐라국이 해체되고 중앙정부에서 지방관이 파견되기 시작했는데

이 지방관 놈들이 제주 토착지배세력과 결탁하여 제주민들의 고혈을 짜게 되니

제주민들은 자연스레 고려 정부에 대한 반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어느날 구세주처럼 삼별초가 제주에 떡하니 나타나자 그들이 어쩌면 해방군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진도정부가 무너지자, 김통정 장군은 남은 무리들을 이끌고 제주에 들어와 '항파두리성'을 쌓게 된다.

이외에도 애월목성 및 300여 리에 이르는 환해장성을 완성하여 항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인분을 먹었다' 등의 기록이 있는 것을 볼때 이 당시 제주민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하게 된다.

 

 

 

사학계 논란 가운데 하나가 고려 무신정권의 대몽항쟁이라고 한다.

민족주의적 역사의식 관점에선 높게 평가하지만,

현재의 민주적 관점에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그 이유는 자기네들의 권력 유지 활동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주민과 영토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고,

특히 제주도민 입장에선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온 삼별초 때문에 항파두리 사역 등으로 고초를 겪는 등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사건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항쟁이였는가 말이다.

무엇보다 제주민들이 삼별초를 적극 지원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마도 항파두리 전투에서 무고하게 죽은 제주민들이 무척이나 많았을 것이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저기 삼형제오름은 과거의 피비릿내 나는 전투를 직접 목격했지 않았을까.

미세먼지로 조망이 개판이지만 그래도 삼형제오름이 뚜렷이 보인다.

붉은오름 정상에서 보니 삼형제오름이 제법 육중하다.

 

 

 

우측으로 노로오름과 한대오름이 보인다.

 

 

 

오늘 수고한 와이프 사장 한장 찍어주고,

 

 

 

나도 삼형제오름을 배경삼아 사진 한장 찍어본다.

 

 

 

 

 

 

 

앞에 보이는 오름은 살핀오름이다. 미답지다.

김통정 휘하의 병사들이 저 오름에서 정황을 살폈다고 해서 오름 이름이 살핀오름이라고 한다.

 

 

 

정상에 서면 언제나 웃는 아내.

 

 

 

정상에서 잠시 쉬며 김밥도 먹고, 계란도 까먹고, 사과도 먹는다.

 

 

 

동쪽 하늘은 제법 파랗다.

 

 

 

 

 

 

 

이 계곡 참 좋다.

어제 비가와서 물도 많이 보인다.

 

 

 

가을에 천아숲길로 해서 다시 와봐야 겠다.

단풍이 참 이쁠 것이다.

 

 

 

제주에 붉은오름으로 불리우는 오름이 몇개 있다.

이곳 광령 붉은오름외에도 자연휴양림이 있는 표선 가시리 붉은오름이 있고,

한라산 윗세오름 중 하나인 윗새붉은오름도 있다.

또한, 한라산국립공원내에 흙붉음오름도 있다고 한다.

 

 

 

광령 붉은오름은 비고가 136m로 오름치고는 높은 오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단순히 붉은오름 오르는데는 대략 1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바리메주차장에서 붉은오름 정상 찍고 다시 바리메주차장으로 오는데 소요되는 전체적인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다.

 

 

 

 

 

 

 

붉은오름은 한라산둘레길 천아숲길 걷다가 탐방할 수도 있다.

여기가 천아숲길 시작점에서 1.8km 진행된 지점인데,

여기서 몇 걸음만 더가면 붉은오름을 향해 좌틀하는 지점이 나온다.

 

 

 

 

 

 

 

아내가 저 포즈를 취하면 이제 다 끝났다는 신호.

 

 

 

오늘도 무사히 행복한 오름 산행을 마친다.

집으로 가다가 '송훈파크'에 함 들려본다.

빵 두개, 쥬스 한잔 시켰는데 이만원 정도를 결제했다.

빵, 크림만 잔뜩 다행히 맛이 없었다.  쥬스, 가격이 쎄서 큰 기대감을 가졌지만 화날 정도로 맛이 별로였다.

제주를 좀 만만하게 본 건 아닌지....암튼 다시 갈일 없겠다. 

부디 바라건데 시작도 KBS가 함께 했으니 혹 폐업하게되면 그것도 KBS가 방영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