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라 특별한 일이 없고 비행기표만 허락되면 육지 산행을 가는데
요즘 저가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 속상하다.
김포, 청주, 광주, 김해 다 살펴보았으나 당연 구미에 맞는 표가 없었고,
유독 대구만이 왕복 10만원미만의 표가 있더라.
그 다음 고민, 그럼 산행지는 어디로 하지?
고심끝에 2개의 산을 선택했는데, 그 영광의 주인공은 백대명산하면서 이미 다녀온 팔공산과 비슬산.
갓바위 가서 108배 함 하고, 비슬산 가서 진달래에게 굿바이 함 외쳐주려고...
※ 팔공산
서기 927년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이 지금의 팔공산 일대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를 '공산전투'라고 하고 이 전투에서 후백제가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때 왕건은 '위왕대사' 즉 신숭겸을 비롯한 8명의 장수가 대신 죽는 희생을 치르며 가까스로 탈출하게 된다.
이후로 공산의 명칭이 팔공산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동구, 경북 경산시 외촌면, 군위군 부계면, 영천시 신녕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정상인 비로봉의 높이는 1,193m이다.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으로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16km에 걸친
능선 경관이 아름다우며 좌우에 동봉과 서봉을 거느리고 있으며,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편 것처럼 뻗쳐있다.
정상의 남동쪽으로는 염불봉,태실봉,인봉,노적봉,관봉 등이 연봉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톱날바위,파계봉,파계재를 넘어
여기서 다시 북서쪽으로 꺾어져 멀리 가산을 거쳐 다부원의 소아현에 이르고 있다.
특히 동봉일대는 암릉과 암벽이 어울려 팔공산의 경관을 대표하고 있다.
동쪽의 은해사, 남쪽의 동화사, 서쪽의 파계사 및 북쪽의 군위, 삼존석굴(국보109호) 이외에도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고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가 많다.
팔공산 관봉(850m)에 병풍처럼 둘러처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상 갓바위는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본래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으로 갓바위라는 이름은 이 불상의 머리에 자연판 석으로 된 갓을 쓰고 있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갓바위는 누구에게나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을 간직하고 있다.
수태골 주차장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등산코스는...
수태골주차장 - 수태골 - 서봉(1,153m) - 비로봉(1,193m) - 동봉(1,155m) - 도마재 - 바른재 - 삿갓봉(931m) -
능성재 - 갓바위 - 관암사 - 갓바위주차장 (15,1km)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참 맛있는 순대'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상호에 걸맞게 순백국밥이 정말 맛있다.
공항 앞에서 시내버스로 수태골을 가려면 '대구학생수련관입구' 정류장에서 한번 갈아타야 한다.
시간은 대략 50분정도가 걸린다.
오늘 산행은 아무래도 점심을 산에서 대충 때워야겠기에 갈아타는 정류장에서 물이랑 먹을 것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내리니 완전 외곽지라 편의점이 없었다. 대략 난감...
수태골주차장에도 편의점은 없었다.
현재 배낭속에는 땅콩 조금이랑 과일 조금, 오늘도 시작부터 꼬이는 구나.
얼마전 천주산에서도 입구에 편의점이 없어서 물을 살 수 없었는데,
오늘 산행은 제법 빡쎈 산행이라 물이 없으면 절대 안되는 상황....
입구에서 무슨 봉사단체에서 온 아줌마들이 물티슈를 나눠주면서 산불조심 산행을 당부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내 눈에 그들이 가져온 생수병 꾸러미가 들어왔다.
행사중 그들이 마실 물이였을 것이다.
수많은 아줌마들 얼굴들을 하나 하나 살펴본 후, 가장 착하게 보이는 아줌마에게 무작정 들이댔다.
'앞에 편의점이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없어서 미처 생수를 준비하지 못했다.
저기 생수 한병만 얻을 수 없을까요?'
다행히 그 아줌마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생수 한병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생수 한병은 산행 내내 나에게 생명수가 되어주었다.
맛있는 아침도 먹었겠다, 생수도 한병 배낭에 채워넣겠다 이제 걱정거리는 제로...
팔공산 너 다 죽었어를 외치며 힘차게 출발한다.
초반은 순한 길이 이어진다.
암벽 등반하기 좋은 슬랩이 나타나고,
그후부터는 등로가 가팔라진다.
수태골 폭포.
옛날 어떤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노인이 부인사 근처에 있는 이 계곡에 가서 백일 기도를 드리면 아기를 수태할 수 있다고 했다.
부인이 그 노인의 말대로 백일 기도를 했더니 아이를 수태했다는 이야기에서 수태골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난 여기가 오도재인줄 알았은데, 철탑삼거리였다.
좌틀하여 오도재를 향할 수 있는 길을 지나쳤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서봉, 동봉 갈림길.
서봉, 비로봉 갈림길.
드디어 오도재가 나타났다.
데크계단을 올라오니 드디어 멋진 조망이 터졌다.
비로봉과 동봉이 보였다.
낙타봉, 그 밑에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는 신림봉,
멀리 뒤로 오늘 가야할 관봉이 보이고 있고, 그 뒤로 희미하게 환성산이 보이고 있다.
가팔환초 종주를 하면 팔공산 다음으로 가야할 산이 바로 환성산이다.
잠시 헬기장이 나타나고,
드디어 오늘의 첫 목적지, 서봉에 도착한다.
직선 코스를 놓쳐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바로 옆에는 삼성봉 표지석이 있다.
삼성봉은 서봉의 다른 이름이다.
청운대, 하늘정원(산성봉), 비로봉.
다시 비로봉쪽으로 왔다.
금방 다녀온 서봉이 보이고 있다.
비로봉에 도착하니 한 부부가 있었고,
사진 한장 부탁하려는 내 맘을 읽었는지 남편분이 아내에게 '사진 한장 찍어드려'라고 얘길하니
아내분이 '어, 나 완전 똥손인데라는 겸손의 말씀과 함께 한장 찍어 주셨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동봉.
비로봉에서 내려와 동봉 입구에 다다랐다.
동봉 바로 앞에는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동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부.
팔공산 정상부는 왼쪽에 비로봉, 가운데 중간봉, 그리고 우측 산성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는 KT중계소, 대구MBC 송신소, KBS대구방송총국 송신소, 대구불교방송 송신소, 한국FM 송신소 등과
군기지가 있다.
비로봉 남쪽 일부분이 일반인에게 개방된 때는 2009년 11월부터라고 한다.
동봉에서 바라본 서봉의 모습.
수태골에서 출발하여 2시간 15분 정도 걸려서 동봉에 도착한다.
전체 면적 가운데 45.6%는 대구광역시, 나머지 54.4%는 경상북도에 속하는 팔공산은 도립공원이여서
예전부터 국립공원 승격이 거론되었었다.
그동안 대구광역시는 국립공원 지정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무등산이 2012년 12월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관광객이 늘어 지역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게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상북도는 각종 규제가 생기고 토지 등 사유재산에 대한 불리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우려때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23년 1월 3일, 환경부는 2023년 안에 팔공산을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고,
2023년 3월 10일,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마지막 관문을 거의 통과했으며, 6월 5일 국립공원화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뒤돌아 본 동봉의 모습.
동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들.
가야할 관봉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우측에 보이는 봉우리가 염불봉.
진달래와 기암괴석.
지나온 길.
가야할 길.
염불봉 염주바위.
전방에 병풍바위가 보이고 있고,
멀리 팔공CC 위에 있는 봉우리가 오늘 산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관봉이다.
아직도 갈길은 멀다.
지나온 동봉과 팔공산 정상부.
쉬어가기 좋은 팔각정을 지나고...
넘아야 할 봉우리들.
도마재.
지나온 멋진 암릉들,
저기 보이는 바위가 코끼리바위(횃대덤)라고 한다.
14시 05분, 바른재를 지난다.
바른재를 지나면 경사가 다시 급해진다.
뒤를 보니 이제 비로봉은 까마득하고,
지나온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삿갓봉에 도착하니 오후 2시를 넘긴 시점,
오면서 틈틈히 참외랑 사과, 그리고 땅콩을 조금 먹었지만 배가 고팠다.
여기서 좀 쉬면서 남아있는 과일이랑 땅콩을 또 먹었다.
제법 많이 걸어왔지만,
아직도 갓바위까지는 2.6km나 남았다.
또 경사도를 올린다.
연두 연두한 지나온 봉우리들을 또 담는다.
또 경사도를 올리고,
팔공산 정상부를 당겨보니
서봉, 비로봉, 동봉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다.
여기는 느패재.
동봉에서 도마재를 거쳐 은해봉으로 가는 코스안에 있는 고개이다.
이제 진달래는 가고,
철쭉의 시간이 오고 있다.
내일 비슬산에서 진달래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좌측은 관봉, 가운데는 농바위, 우측은 노적봉.
선본사와 갓바위를 당겨 보았다
우측으로 지나온 은해봉(891m)과 삿갓봉(931m)이 보이고 있다.
팔공CC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유지재단으로 알려져 있고,
전두환 정권때인 1987년에 골프장으로 허가나기 어려운 산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개장을 하였다고 한다.
북방아덤, 남방아덤, 노적봉.
도장바위.
선본사와 갓바위.
노적봉과 노적봉 전망대.
농바위 옆을 지나는 건가?
갓바위.
선본사
과거에 선본사는 은해사의 말사였지만,
1994년 10월부터 대한불교조계종의 직영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몰리면 돈이 쏟아지고, 그럼 인간사 욕망이 분출되어 갈등이 속출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아니겠는가.
이를 차단하고자 종단에서 아예 직영사찰로 지정한 것인데...
직영사찰이 된 뒤로도 조계종단의 주요 수입처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 잡음이 많았다.
뒤돌아 본 농바위.
드디어 15시 40분을 조금 지나 갓바위에 도착한다.
오랫동안 갓바위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영험한 미륵님'으로 생각해 왔으나,
인근에서만 유명했지 지금처럼 전국적 유명세을 얻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런던 것이 1965년 보물로 지정되고 그 영험함이 방송을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수능을 앞두고 있는 기간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사람들이 갓바위 휴게소부터 정상까지 2km의 계단을
마치 지하철 계단처럼 줄을 서서 올라가는 진풍경을 만들어 낸다.
처음 유명해질 무렵,
훗날 태고종 14대 종정이 된 백암스님이 1962년 팔공산 밑에 관암사를 창건하고, 신자들이나 제자 승려들을
갓바위로 올려보내 불공을 드리게 하며 갓바위에 정성을 들이게 된다.
그러다가 갓바위가 핫플이 되자 1968년 선본사 주지였던 도수 스님이 대구지방법원에 소유권 확인소송을 걸게 된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져 1970년에 선본사 측이 최종 승소를 하였고,
이후 선본사가 갓바위를 관할하게 된다.
1821년에 작성된 선본사 사적기에 따르면
선덕여왕 7년(638)에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처음 불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후 고려시대쯤에 팔각형의 보개를 따로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객지에서 외로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큰아들을 위해
관봉 정상에 앉아 계신 부처님에게 성심을 다해 108배를 올렸다.
긴 산행후의 오랫만의 108배, 솔직히 넘 힘들었다.
죽기 살기로 했다.
긴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속도가 나질 않았다.
관암사.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로 떠나는 버스가 있었다.
아양교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설화명곡역으로 갔고 거기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낼 비슬산 산행을 위해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현풍시외버스터미널로 왔고,
오후 7시 57분,
근처에 있는 홍시모텔에 들어서며 긴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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