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터미널에서 7시45분에 비슬산자연휴양림을 가는 버스를 타려고 7시쯤에 숙소에서 나왔다.
오늘도 점심은 산에서 대충 때워야 할듯하여 편의점에서 빵·삶은계란·쵸코바와 우유를 샀고,
생수는 모텔에 있는 것 2병을 배낭에 넣었다.
부실한 점심이 예정되어 있으니 아침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았지만 문 연곳이 없었다.
이리저리 막 헤매고 있는데 도로 건너편에 있던 한 남성분이 '어디를 찾느냐'며 말을 걸어온다.
그분이 아니였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문을 연 식당에 있었고, 그곳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고마운 분들을 여럿 만났다.
어제 생수를 주었던 착한 아주머니와 오늘 아침 해결에 도움을 주신 아저씨,
그리도 또 한분이 있다.
어제 갈아타는 정류장에서 만났던, 나이가 나보다 많아보였던 남자분...
보자 마자 나에게 말을 걸며 호의를 베풀었고, 나중에는 귀한 분을 만났다면 명함까지 주고 가셨다.
■ 비슬산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낙동정맥에서 분기된 비슬지맥에 속해있으며
정상은 천왕봉(1084m)이다.
포산 또는 소슬산이라고도 한다. 예전 정상이름은 '대견봉'이었으나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검토를 거쳐 2014년 10월에
천왕봉으로 변경되었고 대견사 위의 봉우리를 대견봉이라 명명하고 옛 정상석을 옮겨 세웠다.
산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그 설이 다양한데, 정상의 바위가 신선이 거문고(거문고 슬)를 타는(비파 비)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다른 설로는 인도의 승려들이 이 산을 보고 '비슬'이라 불렀다하여 붙인 이름이며, 범어인 '비슬'이 '수목에 덮혀 있다'는
뜻에서 한자로 '포산'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산의 모양이 닭벼슬 같다하여 '벼슬', 그 방언인 '비슬'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또한 소슬은 '솟다'에서 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비슬산을 기점으로 일대 산군이 형성되어 있는데, 청룡지맥을 따라 북으로는 청룡산·달바골재를 지나 앞산에 이르고,
남으로는 천왕산·열왕산을 지나 화왕산에 이른다.
또한 동쪽으로는 비슬지맥을 따라 최정산·삼성산·선의산·사룡산에 이르러 낙동정맥에 닿는다.
이러한 산줄기에 둘러쌓인 대구는 북쪽을 감싸는 팔공산괴와 더불어 남쪽의 비슬산괴가 천연성벽처럼 에두르고 있어
전형적인 내륙분지를 형성하고 있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급격한 사면을 이루고 있으나 산정은 완사평탄면을 형성하는 곳이 많으며,
정상인 천왕봉의 남쪽으로 월광봉·관기봉·조화봉이 둥글게 감싸듯이 이어져 있어 서쪽의 유가사 골짜기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바위능선이 정상을 떠받치듯이 우뚝 솟아있다.
정상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약 4km의 완만한 능선은 육산으로 나무가 없어 조망이 탁트여 너른 초원을 이루며,
봄·가을이면 참꽃과 억새가 뒤덮어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해마다 4월이면 참꽃축제가 열리는 진달래 명산이다.
산사면으로는 돌덩어리가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 듯하여 일명 돌강이라고 하는 임괴류 지형이 형성되어 있는데,
길이가 약 1.4km에 이르는 세계 최대규모이며 2003년에 '달성비슬산암괴류'로 천연기념물 제435호에 지정되었다.
대견봉 바로 아래에는 신라 흥덕왕 때 창건 되었다는 대견사지가 있다.
당 문종이 절터를 찾아 지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빈대가 많아 불태웠다고도 하고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고도 하는데,
1900년에 영친왕 즉위 축하를 위해 이재인이 중창하였으나 1909년 다시 폐사되고 터만 남아 있던 것이 2014년에
재건되었다.
서쪽 기슭에는 신라 흥덕왕 2년(827)에 도성이 창건한 유가사를 비롯하여 일대에 소재사·용연사 등 많은 사찰들이 산재해
있으며, 주변에 비슬산자연휴양림, 비슬산리조트 등의 편의시설들이 있다.
버스를 타고 비슬산자연휴양림에 내리니 시간은 8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저기 노점상들이 있는 곳에 등산로 입구가 있었다.
저분이 입구를 알려주었고, 들어서니 급경사 계단길이 나왔다.
와 오르는데 몸이 완전 천근만근.
어제 3만 3천보 이상을 걸었다. 어제 등산은 한라산 백록담을 다녀오는 것보다 조금 더 힘든 정도였다.
한창 100대명산에 미쳐 다닐 때 느꼈던 이튿날 묵직함과 피곤함을 오랫만에 느끼는 듯했다.
그나저나 오늘 산행은 어제보다 더 걸아야 하는데 초반에 고생깨나 하겠다.
근데 뭐야, 올라서니 끈금없이 도로가 나오고 주차장이 나온다.
입구를 잘못 찾았나? 또 초반부터 꼬이나...
아씨 이 비상시국에 갑자기 똥이 마렵네. 주변에 화장실 하나 있을법도 한데 보이질 않네.
우측에 큰 건물이 하나 보였다. 호텔 아제리아였다.
로비로 당당히 들어가 볼일을 시원하게 보았다.
볼일을 마치고 나와서 조금 올라가니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그들을 따라가니....
어느덧 관기봉 입구를 가르키는 표시판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시간 8시 45분, 드디어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코스는,
비슬산자연휴양림 - 관기봉 - 석검봉 - 조화봉 - 대견봉 - 월광봉 - 천왕봉 - 유가사 - 유가사주차장 (대략 17km)
초반은 명품 숲속의 편안한 길이 나타났다.
오늘은 이런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너스 길은 너무 짧았다.
드디어 본색을 들어내고...
맘 같아서는 팍 치고 올라서고 싶었지만, 몸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그런 순 없었다.
오늘도 갈길은 멀고, 일정은 빡빡하다.
쓸쓸한 나홀로 산행이 계속 이어지고....
각시붓꽃만이 나의 벗이 되어 주었다.
오늘 산행 문제의 지점이다.
딱 봐도 정답은 우측이다. 근데 뭐가 문제?
리본이 좌측에 있다는 거.
일단 우측으로 올라서 본다. 이런 풍경의 헬기장이였다.
'정면에 리본이 없고, 길도 없네'라고 중얼대며 '좌측이 맞구나, 그래서 리본도 있고'라는 어이없는 판단을 내린다.
이 바보야 우측에 리본 안보이니?
결국, 좌측으로 갔다. 좌측은 내려서는 길이였다.
의심의 눈길로 주변을 계속 살폈지만, 빨간 리본이 계속 나오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근데 빨간 리본에 글자가 없네....그리고 왜 자꾸 내려가지?
알바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쎄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제법 내려왔다. 그것도 가파르게....
갑자기 멘탈이 흔들렸다. '쭈욱 내려서서 걍 집에 가버릴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심호흡을 함 하고 다시 맘을 가다 잡는다.
그동안의 산행 짬밥이 있지.....헥헥대며 다시 올랐다.
다시 와서 1시 방향을 보니 노란 리본과 함께 뚜렷한 길이 있었다.
12분 이상을 헤매며 가뜩이나 힘든 다리를 혹사시켰다.
근데, 아까 주차장에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무지 많이 보이더만 다들 어디로 간겨...
오는 내내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다시 오른다.
계속 오른다.
드디어 선답자 블로그에서 보았던 장면이 나타났고,
조금 더 올라가니...
육중한 바위가 나타났다.
아 저놈이 관기봉 정상인가 보다. 근데 정상석은?
아, 저기 보이는 구나.
근데 어떻게 올라가지?
보이는 방향에서 올라서려고 무지 애써보았지만 도통 답이 나오질 않았다.
아씨, 선답자들은 정상석을 찍었던데...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니 요런 장면이 나왔다.
찐한 흔적, 그리고 구원의 줄....
산행시작 1시간 20분을 지나 드뎌 관기봉 정상석을 알현하였다.
뭐지 이 감격과 성취감은...고작 992m 정상에 올랐을 뿐인데...
먼저 달성군 현풍읍과 유가읍을 담아 보았다.
어제 잠을 잤던 곳이다.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곳은 대구테크노폴리스지구라고 하고, 그 뒤편에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가 있다.
낙동강이 보이고 있고, 멀리 가야산이 신령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비슬산의 최고봉 천왕봉이 좌측에 보이고 있고,
가운데는 대견봉, 우측에는 조화봉이 보이고 있다.
조금 대견·조화 라인을 더 당겨보니,
돌덩어리가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린 듯하여 일명 돌강이라고 하는 비슬산 암괴류를 또렷이 볼 수 있다.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구성되어 특이한 경관을 보여주는 암괴류는 비슬산의 또하나의 명물로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었다.
조화봉 우측에 있는 봉우리가 석검봉인 것같다.
결국, 저 능선길을 다 걸어야 하는 것이구나.
제주도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어딘지는 자세히 모르겠고,
암튼 멋있고...대한민국은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주변 풍경.
내려서니 다시 좀 순한 길이 나오고...
한 시간을 넘게 걸었으니 몸이 풀려서 좀 살만 했다.
다시 조화봉을 담아보고...
뒤돌아서 방금 다녀온 관기봉을 당겨보니 꼭 여자 가슴을 닮았다.
다시 경사도를 높이지만 몸이 풀려서 오를만 했다.
저기가 석기봉 정상이겠지.
여기도 줄을 잡고 올라서야 하는구나.
관기봉에서 석검봉까지는 45분 정도가 걸렸다.
관기봉 정상과 걸어온 능선.
다음 목적지 조화봉.
대견봉, 대견사가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천왕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비슬산암괴류가 보이고 있다.
주변 풍경.
대견봉과 조화봉.
데크계단이 나와서 뭐 좀 먹으려고 앉았는데 지지난주 함산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에 함께 하지 못해서 맘이 쓰였나 보다.
매화말발도리.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 이용하여 비슬산을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주변 풍경.
조화봉 밑의 암괴들이 참 멋있었다.
대견봉과 대견사.
대견사를 좀 더 당겨보았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폐사되었다.
대견사 기운이 일본의 기를 누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대구 현풍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피신 운둔해 폐사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고 한다.
1970년대 동화사 주지를 역임한 서운 스님은 '대견사 복원이 비슬산의 끊어진 거문고 줄을 잇는 일'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고, 암튼 대견사 복원은 대구 불교계의 숙원이었다고 한다.
결국, 2014년에 대견사는 복원된다.
'비슬'이라는 한자에 임금 왕이 4개가 들어있어,
대견사는 위정자들이 자주 찾는 기도터로 알려져 있다고...
※ 위 사진은 퍼온 사진으로 2021년 4월 11일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함.
석검봉.
관기봉.
석검봉과 관기봉.
산행 시작 후 1시간 50분 걸려서 조화봉에 도착했다.
오늘은 비슬산 6개 봉우리를 모두 섭렵하는 일정인데, 유일하게 조화봉에서만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관기봉,석검봉, 월광봉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대견봉과 천왕봉에서는 줄이 너무 길어서 못 찍었다.
산에 왜 태극기를 들고 왔지...
이제 대견봉을 향한다.
좌측에 보이는 봉우리가 대견봉, 우측은 천왕봉이다.
톱바위(일명 칼날바위)
조화봉 정상에는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있는데...
강우 예측 및 홍수 예보 등의 목적으로 14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2006년 9월에 착공, 2009년 9월에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강우레이더 관측소라고 한다.
축구공처럼 생긴 원형 돔안에 직경 8.5m 빔안테나를 설치하여 2분 30초 간격으로 반경 100km 이내의 강우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측한다고 한다.
진달래는 우리나라의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참꽃'이라고 부른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개꽃'이라 부른다.
사실, 내 고향 제주에서는 철쭉은 제법 볼 수 있지만 진달래는 육지에서만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물장구는 많이 쳤지만, 진달래 먹고 다람쥐 쫓은 추억은 별로 없다.
4월에 육지산에서 진달래를 만나면 그래서 더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보시다시피 2023년 진달래는 끝물이다.
그런데, 참꽃군락지 주변에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진달래가 이렇게 보잘 것없는데도 말이다.
월광봉(우측)을 지나 천왕봉(좌측)을 향하던 길에서는 더욱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반대편에서 엄청나게 많은 단체 등산객들이 쏟아지듯 내려오고 있었던 것.
이유가 뭘까?
지난 주 15일과 16일에 비슬산참꽃축제가 열렸는데 엄청나게 번잡한 축제일을 피해 다음 주에
비슬산 방문을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평년같았으면 아래 사진 정도의 풍경을 보았을텐데 올해는 냉해 피해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위의 상황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 이 사진은 퍼온 사진
지나온 석검봉과 관기봉.
관기봉과 대견사 3층석탑.
저 석탑은 아마도 가장 명당 자리에 위치한 석탑이 아닐까.
대견사 전경.
대견사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이 주지를 지낸 사찰이기도 하다.
대견봉에서는 줄 선 산객들이 많아서 정상봉만 찍는다.
대견사를 복원한 2014년 이전에는 비슬산 최고봉을 대견봉이라고 했었다.
현재 보이는 대견봉 정상석 하단을 보면 높이를 수정한 흔적이 뚜렷하다.
현재의 천왕봉 자리에 서 있었을 때는 저기에 1084m로 적어져 있었을 것이다.
2014년에 국가지명위원회 검토를 거쳐 비슬산 최고봉은 천왕봉으로 변경되면서 새로운 정상석을 세웠고,
구 정상석은 높이를 수정하여 이 봉우리에 세우게 되니 무명이였던 이 봉우리가 대견봉이 된 것이다.
비슬산에서 대견사가 갖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견봉에서 조화봉과 대견사를 당겨본다.
참꽃군락지 안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음향 시설이 너무 좋아 멀리서도 잘 들렸다.
산중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너무 감미로웠다.
때가 점심 시간을 향하고 있던지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찌나 잘 싸와서 먹고 있던지.....
다만, 아쉬웠던 것은 오늘은 막걸리 권하는 이가 없더라는 거.
에고 기라도 받고 가자.
이제 월광봉으로 가보자.
다시 오름막이 시작되고...
비슬산 참꽃군락지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진달래군락지이다.
그 규모가 무려 3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군락지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또 홀로 월광봉을 오른다.
월광봉 정상의 모습. 정상석은 없다.
오늘 마지막 봉우리이자 비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담아본다.
순한 길이 잠깐 나오고,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기서 부터 유가사를 출발하여 천왕봉을 찍고 참꽃군락지를 향하는 산악회팀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뭐지 비슬산에도 산불이 났었나?
검색을 해보니 2021년 4월 30일에 산불이 났었다고...다행히 1시간 30분에 진화, 그래서 요정도였구나.
올해는 유독 산불이 많았다.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애석했다.
이제 정상은 멀지 않았다.
함 뒤돌아 본다.
월광봉, 조화봉, 대견봉 그리고 30만평의 참꽃군락지를 눈에 담는다.
절정기 때 오면 드넓은 완사평탄면이 빨갛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섰기에 천왕봉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줄이 제법 길었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았다.
일단 정상석을 재빨리 하나 찍고 옆에서 뭐 좀 먹으며 기다려보자.
먹을꺼 해봐야 빵과 우유지만....
비슬산은 대구광역시의 북쪽 경계의 팔공산과 더불어 '북팔공, 남비슬'이라며
대구광역시 양대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팔공산이 남성미를 상징한다면 비슬산은 여성미를 상징한다고 한다.
2017년 10월에 이 양대 산을 찾았었다.
그때는 아내랑 같이 와서 토요일에 비슬산을, 일요일에는 팔공산을 올랐었다.
비슬산은 유가사를 출발하여 천왕봉, 조화봉, 대견사, 대견봉을 거쳐 다시 유가사로 하산했었고,
팔공산은 갓바위를 들머리로 해서 동봉, 비로봉을 거쳐 동화사로 하산했었다.
다시 주변 풍경을 함 담아보고...
아직도 줄이 길다.
오늘 올랐던 봉우리들에게 눈길 함 주고,
이제 하산한다.
얘도 무슨 이름이 있을텐데...
유가사로 하산하는 길이 은근 가파르고 거칠었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렸고, 조화봉 위로 헬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혹 어디서 사고가 난 것인가? 제발 아니길...
어느덧 유가사에 다다르고....
유가사에는 요렇게 돌에 글을 써놓은 작품들이 많다.
비슬산암괴에서 가져온 돌들인가?
유가사의 모습.
통일 신라의 승려 도성이 창간한 유가사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유가사 대웅전.
유가사 일주문.
오후 2시 52분에 유가사 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비슬산 산행을 마쳤다.
총 6시간 7분이 소요되었다.
등산화와 바지 하단이 온통 먼지로 엉망이였는데 애석하게도 먼지털이기가 없었다.
이 상태로 공항 가면 완전 거지 취급받을 각...
근데, 저기 보이는 산악회 버스에서 여러 명이 먼지털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은근슬쩍 그들 틈에 끼어 들었고, 태연하게 앞 사람에게 먼지털이기를 건네 받아 먼지를 깔끔하게 털었다.
나중에 택시를 기다리며 본 장면,
또 나같은 사람이 먼지를 털고 있는 산악회원에게 정중하게 좀 사용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는데
우리 산악회도 아닌데 어쩌구 저쩌고 하면서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멀리서 지켜 보는 내가 짜증이 확 나더라.
위에서 막걸리 한잔 얻어 먹었으면 술김에 달려가서 한마디 했을지도 모른다.
뭐라고? "에이, 이건 산중 인심이 아니지"
산악회 아닌 아저씨도 현명하지 못했다. 거기서 뭔 말이 필요하나요 나처럼 손만 쓰윽 내밀 것이지...
결국에는 기사님이 다시 받아서 건네주더라. 기사님이 산중의 도를 알더라.
어쨌든, 여차 여차 다시 대구공항 앞으로 오니 시간은 17시 30분쯤 되었나 그랬다.
19시 30분 비행기니 저녁 먹을 시간이 충분했다.
당연하지, 다시 '참 맛있는 순대' 식당을 찾았다.
어쩌면 이번 산행은 이 집 순대국밥으로 시작해서 이 집 순대국밥으로 끝을 맺었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순대국밥, 가격이 8천원이다. 제주도 고기국수보다 싸다.
단촐한 식산데, 난 왜 여기서 감동을 받을까.
우선 국밥안의 순대가 정말 맛있다. 딱 저 상호에 걸맞는 맛이다.
순대를 하나 건져서 새우젓 국물에 살짝 적시고 새우젓 몇개를 살포시 언져서 먹은 다음 국물을 들이키면
엄청난 행복감이 밀려온다.
어라 맥주도 한잔 했네?
했지. 내가 술을 별로 안좋아하고 잘 먹지도 못하지만, 빡센 산행후 맥주 한잔은 산행의 화룡점정이지.
맛있는 음식을 판매해준 고마운 식당 주인에게 내가 보여줄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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